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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 건축학개론과 詩를 만나다

입력 2017-09-03 21:10:01
장양순 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대표 서인숙)이 주최한 2017중국동포학부모 청소년을 위한 한국 역사유적 체험 행사에 초청돼 ‘궁궐의 도시 서울’을 설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장 교수가 펴낸 책 표지.


“건축과 시는 예술이라는 범주 속에 있지만 한국에서 일반인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많은 사람이 집을 재테크 수단의 하나인 부동산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관광’이라는 단어가 나와야만 겨우 예술이라는 곁말을 붙이곤 합니다. 선진국엔 건축과 음악, 건축과 미술을 연관시킨 저서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엔 아직까지 건축에 관한 시를 모은 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축과 시를 접목한 ‘한옥건축학개론과 시로 지은집’(기파랑)을 펴낸 장양순(71) 한서대 겸임교수가 책의 서문에 밝힌 내용이다.

3일 개막한 2017서울세계건축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는 장 교수는 지금까지 모아온 건축 관련 시를 날줄 삼고 한옥에 대학 건축학개론을 씨줄 삼아 이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독자들에게 부동산으로만 편향돼 있는 건축에 대한 인식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관광지에서 흔히 접하는 건축에 대한 감상의 안목을 높여서 즐거움을 더하며, 시의 세계가 친근하게 다가와 보편화·대중화되는 일거양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건축가는 시에 대해, 시인은 건축에 대해 서로의 세계를 알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이로써 양쪽 모두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경복궁과 창덕궁, 남산 한옥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기성세대들에게는 이에 더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한옥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저절로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위대한 건축가는 반드시 위대한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축과 시의 상관가치를 동일선상에 둬야 한다는 것이지요. 호주의 건축가 자이들러는 덴마크의 건축가 이외른 우촌이 설계한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대해 ‘건축은 하나의 언어이고 그 언어를 말하는 것은 건축가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규정했지요.”

장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건축가에게 집은 시가 되고, 시는 시인의 집이 된다. 채움을 위하여 비어 있는 곳(공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건축이라면, 세속에 찌들고 삶에 지친 심신을 정화시켜 아름다움으로 채워주는 것이 바로 시라는 것이다.

386쪽의 묵직한 책은 멋들어진 한옥과 시의 판타지다. 33명의 건축가가 지은 집 사진과 도면, 신현복·안도현 시인 등 111명의 주옥같은 시가 가을 밤 독서 애호가들의 잠을 설치게 한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홍익대 및 동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한 장 교수는 창건축 대표건축사로 2017서울국제건축사대회조직위원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늘 마시는 공기처럼 항상 살면서도 미처 몰랐던 우리 건축물 한옥을 통해 삶의 공간인 집을 새롭게 바라보고 마음속에 정감어린 ‘나의 집’을 지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안을 시로 가득 채워보자고요.”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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