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간암의 진행 정도, 간 기능, 환자의 몸 상태를 보고 최적의 개인맞춤 치료법을 찾아주기로 입소문이 난 지 오래이다. 보통 암세포 크기가 5㎝ 미만이고, 한 개밖에 없을 때는 외과적으로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간경변증이 동반된 환자는 간이식 수술로 완치를 도모한다.
문제는 간암으로 이 센터를 찾는 환자 중 간 절제수술이나 간이식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2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간 좌·우엽에 종괴가 여러 개 존재해 수술이 어려운 경우, 아니면 간 기능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라 수술을 한다고 해도 수술 후 남은 간 기능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승규 유영경 교수팀은 이같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다른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찾아 절체절명 간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극대화시켜주는 의사들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생존율 향상 신기술 선도적 연구
한 예로 다발성 간암이거나 종괴 크기가 3㎝ 이상일 때는 인터벤션영상의학과 이해규 천호종 교수팀에 의뢰해 간암 퇴치 수단으로 간동맥화학색전술을 활용케 하거나 항암제 또는 항암성분을 방출하는 미세구슬요법 또는 방사선색전술로 완치를 도모한다.
천 교수팀은 항암제(독소루비신)를 담은 100∼300μm 크기의 미세구슬을 간암 종괴 주변 혈관에 넣어주는 방법으로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미세구슬요법의 선두주자다. 연구결과 이 구슬요법은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난치성 간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평균 7개월 연장하고 치료 중 사망률도 3분의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량 항암제를 한 번에 투여하는 기존 색전술에 비해 전신 독성을 낮춘 상태에서도 종양 내 농도를 높게 유지시켜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천 교수팀이 2011년부터 시작한 방사선색전술은 이보다 효과가 더 좋다. 방사선색전술이란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이트륨(Yttrium)-90’을 간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동맥에 주입, 간암세포의 괴사를 도모하는 치료법을 가리킨다. 종괴가 큰 거대 종양이나 고령 환자에서 전신 부작용 위험 없이 단번에 암 증식 억제 및 퇴치효과를 6개월 이상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치료법의 장점이다.
간암 환자 간이식 수술 1000건 돌파
서울성모병원 감담췌외과 김동구 유영경 교수팀은 지난 4월, 간이식 수술 1000건을 돌파했다. 간이식은 가장 적극적인 간암 치료법으로 간주된다. 암에 걸려 못쓰게 된 간암 환자의 간을 모두 떼어내 버리고 뇌사자가 기증한 건강한 간 또는 정상인의 간 일부를 이식, 간암을 극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여자가 뇌사자인 경우는 간 전체를 환자에게 이식해주고, 정상인인 가족 친지가 생체 간 일부를 기증할 때는 주로 우엽(右葉)만 떼어 부분 이식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현재 유 교수팀의 간이식수술 성공률은 95%에 이른다. 국내 대학병원 평균 89.5%보다 5.5%포인트 높은 성공률이다. 나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의대 병원(85%)과 피츠버그의대 병원(82%)보다는 무려 10∼13% 포인트 높은 성적이다.
그동안 간 이식과 간 절제수술을 받은 간암 환자를 10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하며 생존율을 비교한 데이터도 국제 학술지 ‘애널스 오브 트랜스플란테이션’ 최근호에 공개했다. 조사결과 간암 절제수술만 받은 환자들보다 간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이 30%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유 교수팀은 1993년 간이식 수술에 처음 성공한 후 2001년 간·신장 동시이식, 2002년 골수이식 후 간이식, 2010년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에 잇따라 성공했다.
유 교수는 “최근에는 배꼽 부위에 구멍 한 개만 뚫고 그 틈으로 치료내시경을 집어넣어 시술하는 단일통로복강경 수술을, 단순 간 절제는 물론 간 이식수술에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며 “수술상처가 작아 흉터가 눈에 띄지 않고 회복속도도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암 환자 맞춤서비스에 힘쓸 것"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일자로 윤승규(58·사진) 소화기내과 교수를 암병원장으로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윤 교수는 2009년부터 약 8년간 이 병원 간담도암센터장과 연구윤리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간염협력센터 소장, 가톨릭대 간연구소장, 서울성모병원 내과 과장, 가톨릭의대 소화기학과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교수는 "암환자들이 한 가족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 일찍 퇴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까지 않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암 환자 개인맞춤 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주요 목표다. 개인유전체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최적의 항암제를 선택해 치료할 수 있게 되면 암 극복이 더 쉬워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201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상엽 교수팀과 함께 간암 줄기세포 표지자인 CD133을 이용한 가상세포 시스템을 구축해 지금까지 줄곧 간암 조기진단법과 표적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해왔다. 간암 맞춤의료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CD133을 가진 세포는 암 증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선택적으로 탐지, 공격하는 표적물질을 찾으면 간암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암 환자들마다 다른 항암제 감수성을 평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교수는 "간암처럼 복잡한 치료를 의사 한 사람이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간담췌암센터를 포함, 암 병원 내 13개 암센터에 유기적인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구축, 맞춤의료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