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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숨통 끊는 원유공급 차단 ‘푸틴 돌부리’에 걸리나

입력 2017-09-06 18:50:01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한층 강력하고 단호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핵심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논의될 제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중국과의 공동 북핵 로드맵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대북 제재 결의안에 넣으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라며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당시인 2003년 8월 개최된 북핵 6자회담 사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 뿐 아니라 북한 체제를 보장해 준다는 데도 함께 했었다”면서 “다만 북한이 최초 6자회담에 응하지 않아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그 후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에게 얼마나 뼈아픈 조치인지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한·러가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본다”면서도 민간 피해를 이유로 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어 대안으로 쌍중단(雙中斷)·쌍궤병행(雙軌竝行) 입장을 다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발언을 들으며 잠시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문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3단계에 걸친 한반도 긴장완화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로드맵은 1단계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와 한·미연합훈련 동시 중단, 2단계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3단계는 군비통제·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다자협정 체결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이 방안을 거듭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3단계 로드맵에 관심이 있나’는 질문에 “관심이 있다고 표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양 정상은 남북과 러시아가 함께하는 3각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와 극동지역을 연결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의 기초를 확실히 다져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메가 프로젝트’라고 선언하며 “경제협력 뿐 아니라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한·러 지방협력포럼 출범, 극동지역 개발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20억 달러 규모의 투·융자 플랫폼 신설 등 포괄적 경제협력 방안도 합의했다. 한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FTA) 공동 실무작업반도 설치키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LNG 유조선 15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연배도, 성장 과정도 비슷하고 기질도 닮은 점이 많아 잘 통한다고 느낀다”며 호감을 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34분 지각했다. 문 대통령은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블라디보스토크=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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