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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에 기여 용의”… 축협에 공 넘긴 히딩크

입력 2017-09-14 21:50:01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

거스 히딩크(71·사진)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민이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이바지할 뜻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자신의 희망이 “대한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을 축구협회에 넘긴 셈이다. 그는 신태용 현 대표팀 감독이 결정되기 이전인 지난 6월 측근을 통해 축구협회에 이 같은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감독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축구협회 측에서 감독이든, 기술고문이든 자신에게 어떠한 역할을 맡긴다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볼 때 축구팀 감독으로서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여건이 달라진만큼 현 대표팀이 15년전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거스히딩크재단 관계자는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해 본선행을 확정지은 지난 6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다시 맡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표팀의 졸전에 실망한 국내 팬들 사이에서 히딩크 전 감독 복귀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히딩크 전 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한 만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팬들은 본인이 한국축구에 기여하고 싶은 뜻을 밝혔으므로 실력이 검증된 그를 대표팀 사령탑에 앉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축구협회는 히딩크 전 감독의 기자회견 직후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히딩크 감독이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며 “기술위원회 및 신 감독과 협의해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즉 히딩크 전 감독의 역할을 신 감독과 협의하고 조언을 구하는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가대표팀 감독 복귀 불가를 공식화한 셈이다.

축구협회는 이 시점에서 신태용 현 대표팀 사령탑을 교체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신 감독이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 어찌됐던 결과적으로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시 감독이 아닌 정식 감독으로 러시아월드컵까지 계약된 신 감독을 이렇게 경질하는 것은 너무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히딩크 감독이 감독 외에 다른 직책을 맡는 것은 축구협회 및 신 감독과 원만하게 합의할 경우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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