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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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결코 별것 아니지 않은 ‘모기’

입력 2017-09-16 05:05:04


시시한 일로 소란을 피우는 것,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엄청난 대책을 쓰는 걸 비유하는 말이 있습니다. 모기를 보고 칼을 빼드는 견문발검(見蚊拔劍).

“가을에 접어들어도 해만 지면 달려드는 징글징글한 불청객 모기, 왜 모기라고 할까.” 어릴 적 알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였는데 중학교에 들어가 영어를 배우면서 궁금증이 풀려갔습니다. 단서는 모스키토(mosquito, 모기). “아, 줄여서 ‘모키’라고 하다 ‘모기’가 됐구나.” 거기다 ‘파리도 플라이(fly)에서 왔네’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확신은 더 커져만 가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세종 때 편찬된 ‘석보상절’에 모기가 보입니다. 파리도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타나지요. 둘 다 예부터 쓰여 온 말이었던 것입니다.

蚊. ‘모기 문’입니다. 몰래 남의 살에 빨대를 박고 피를 빨아먹는 놈들에게 글, 학문을 뜻하는 文(문)을 붙이다니….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같이 눈앞에 벌레 같은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비문증(飛蚊症)에 모기가 들어 있네요. 성가시게 구는 파리에게 화가 나서 칼을 빼든다는 노승발검(怒蠅拔劍)도 견문발검과 같은 뜻입니다. 蠅. ‘파리 승’인데 오른쪽 부분이 파리 같지요.

모기는 암컷만 피를 빱니다. 수컷은 주제에 꽃의 꿀 같은 걸 먹고 산다지요. “모기에 물렸어”라고 하는데 사실은 ‘빨린’ 겁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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