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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히딩크 복귀’ 관련 거짓말에 비난 ‘봇물’

입력 2017-09-16 05:05:04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가운데)은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 복귀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6월 19일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에게 받은 모바일 메시지 내용(왼쪽 사진)을 15일 공개했다. 오른쪽은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 복귀와 관련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며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전현직 임직원의 배임 문제까지 불거진 상태여서 협회의 신뢰도는 역대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을 확정한 이후 불거진 히딩크 전 감독의 대표팀 감독 희망설에 대해 “공식 비공식적으로 히딩크 전 감독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이 14일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협회 측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지난 6월 측근을 통해 축구협회에 (대표팀 감독 등을 맡을 수 있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의사를 전달했고 축구협회는 어떤 의사도 전달받은 바 없다는 것이어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결국 하루 만에 축구협회측이 실토하고 말았다. 김호곤 협회 기술위원장은 15일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에게 받은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노 사무총장은 메시지에서 “부회장님(당시 김 기술위원장),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다. 월드컵 본선감독은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게 맞을 듯하다”고 언급했다. 분명히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있음을 명백히 한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기술위원장 부임 전인 지난 6월 19일 노 총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는데 당시 공식 감독 제안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서 그 후로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문자뿐 아니라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우즈벡전을 끝내고 귀국 후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노 총장과 처음 통화했다. 히딩크 감독 관련 언론보도 시기와 방법이 적절치 않아 대표팀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팬들은 “무능력한 축구협회가 거짓말까지 하며 축구팬을 기만했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또 협회가 논란 속에서도 현 신태용 대표팀 체제를 러시아월드컵까지 지속시키겠다고 밝히자 비난이 이어졌다. 포털사이트에는 “히딩크 전 감독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대표팀 감독으로 모시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전날 협회의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배임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일까지 다시 거론되면서 협회의 도덕성은 곤두박질쳤다. 이들은 협회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썼을 뿐만 아니라 유흥주점, 골프장, 피부미용실 등에서조차 협회 공금을 쓴 사실이 포착됐다. 12명 중 절반인 6명은 현직 임원인 것으로 알려져 팬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축구협회는 이날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 더욱 깨끗하고 투명한 대한축구협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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