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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지원도 소용없었다… 北의 핵개발 마이웨이

입력 2017-09-16 05:05:04


북한의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시험발사는 예고된 도발이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력 완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폭주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핵 동결’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문재인정부의 대북 구상에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미사일 완성을 상수로 보고 대비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도발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뜨린 IRBM 화성 12형 발사, 지난 3일 6차 핵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6차 핵실험에 대한 새로운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다만 북한이 전략적 도발인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대신 IRBM을 발사한 것은 일단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추가 도발이 또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목표는 핵·미사일 완성이고,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준비가 되면 그 즉시 쏘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변수로 보고 중간에 막는 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은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막는 방법으로서의 동결이었는데, 북한은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며 “핵·미사일 완성을 상수로 보고 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대화의 입구는 핵 동결,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라는 기조를 밝혀 왔다. 하지만 현 단계에선 북핵 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도 “이번 미사일 발사를 유엔 제재에 대한 반발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이미 구체적인 핵개발 로드맵을 갖고 있고, 국제사회의 제재나 미국의 대응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명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구상을 착착 현실화하고 있다. 그가 신년사에서 강조한 대목은 수소탄과 ICBM이었다. 지난 7월 두 차례 ICBM급 ‘화성 14형’ 시험발사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통해 ICBM에 탑재할 수소탄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음을 과시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완성 직전의 핵무기를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술적으로 남은 것은 미 워싱턴, 뉴욕에 대한 ICBM 타격 능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보완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주기가 짧아진 점을 고려하면 핵·미사일 기술 완성 시점은 향후 1∼3년 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혁명무력이 보유하고 있는 초강력 열핵무기들은 결코 진열품이 아니다. 우리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고 위협했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대변인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거론하며 “미국의 가증되는 핵 위협은 우리로 하여금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들의 실전 배비(배치)를 다그치는 데로 떠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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