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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뭘 노렸나… 타격 거리 야금야금 늘려 對美 압박 ‘살라미 전술’

입력 2017-09-16 05:05:04


북한이 북태평양을 미사일 시험장으로 삼아 본격적인 ‘태평양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사일 기술도 조금씩 진전된 모습을 과시해 대미 압박수위를 높이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15일 “북한이 또다시 평양 순안에서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태평양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북태평양을 향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6시57분 발사한 미사일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급 이상으로 추정했다. 미사일은 최고고도 770여㎞, 비행거리 3700여㎞를 비행해 일본 홋카이도 에리모미사키 동쪽 태평양상에 낙하했다. 다만 북한이 ICBM급 ‘화성 14형’을 저각(低角) 발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북한이 북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두 번째다. 8월 29일에도 화성 12형을 북태평양을 향해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은 최고고도 550㎞, 비행거리는 2700여㎞였다. 17일 만에 고도는 220여㎞, 비행거리는 1000여㎞ 늘었다. 북한은 8월 발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거리는 늘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사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화성 12형 사거리를 3700여㎞로 조정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 태평양상 괌 기지 타격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과시한 측면이 있다. 북한에서 괌까지 거리는 3400㎞ 정도다. 괌이 타격범위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괌은 유사시 한반도에 미군 증원전력이 지원되는 곳으로, 북한이 두려워하는 3대 전략폭격기들이 배치된 곳이다. 지난달 9일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직접 나서 “화성 12형 4발이 괌도 주변 30∼40㎞ 수역에 탄착할 것”이라며 ‘괌 포위사격’을 위협했다. 이번 발사를 통해 북한은 화성 12형이 실전배치된 상태이며 괌 타격이 실제 가능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괌을 넘어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나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음도 과시했다. 사거리를 1000여㎞ 늘린 것은 꾸준히 타격 범위를 늘려가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화성 12형을 처음 발사했을 때 미 태평양사령부와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화성 12형의 사거리는 65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을 계속하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개발·발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ICBM급 미사일로 분류되는 화성 14형은 화성 12형의 개량형으로 화성 12형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비행거리가 늘어난 것은 ICBM의 1단 로켓이 될 가능성이 있는 화성 12형 엔진 추력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8월 29일 화성 12형 발사 시에는 낙하 단계에서 미사일이 3개로 쪼개져 재진입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정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에 안정적으로 탄두가 낙하됐고 낙하 시 폭발시험이 있었다면 북한은 ICBM 핵심기술인 재진입 기술마저 확보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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