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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방송 간부·PD 블랙리스트 만들어 관리했다

입력 2017-09-17 18:40:01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 등 주요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언론장악을 시도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국정원은 ‘언론장악 문건’뿐 아니라 방송사 주요 간부와 프로듀서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도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검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원세훈(사진) 원장 당시의 국정원은 2009년 무렵부터 MBC 등 공영방송의 인사 동향 파악은 물론 구체적 인사 개입 방향을 담은 다수 문건을 생산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검찰에 넘긴 언론장악 문건엔 ‘일괄 사표를 받고 나서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으로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다’ 등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원세훈 녹취록’ 속의 원 전 원장 지시와도 연결된다.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 12월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해 “잘못할 때마다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라며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못 나가게 하든지, 보도 매체를 없애버릴 공작을 하든지…”라고 선제적 대응을 지시했다.

당시 MBC에선 녹취록 내용과 유사한 상황이 실제로 전개됐다.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2월 선출된 엄기영 전 사장은 2009년 12월 임원 8명과 함께 재신임을 묻겠다며 일괄 사표를 냈다. 이후 사표가 수리됐고 후임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재철씨가 사장에 임명됐다.

TF로부터 관련 문건 다수를 넘겨받아 분석 중인 검찰은 먼저 국정원의 언론장악 계획이 실제 이행됐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일단 국정원과 방송사 경영진 또는 간부들 간에 부적절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가 우선적인 규명 대상이다.

국정원이 2010년 3월 한 PD가 만든 다큐멘터리 작품을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서 탈락시키도록 방송사에 요청하고 그해 4월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해 특정 라디오PD 지방 발령을 유도한 사실 등은 이미 TF 조사 결과 드러난 상황이다. 현재 파업 중인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를 18∼19일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키로 했다. 이들은 검찰에 나와 이명박정부 시절 자신이 받은 불이익 등 피해 정황을 털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2011년 4월 8년간 진행해온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돌연 하차해 외압 논란이 일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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