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월급 10만원 브라질 축구선수의 ‘코리안 드림’… 연봉 10억 러브콜

입력 2017-09-20 05:05:03
경남 FC의 주포 말컹이 지난 4월 3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 FC 1995와의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활짝 웃으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태어난 말컹(23·경남 FC)은 12세 때 상파울루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축구를 그만뒀다. 또래 브라질리언과 달리 농구에 흥미를 느껴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지역 농구클럽에서도 뛰었다. 그러던 그는 17세에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 친구의 부탁으로 축구 경기를 뛰었는데, 알고 보니 상파울루주 1부 리그 이뚜아노의 U-17(17세 이하) 공개 테스트였다. 월급 10만원을 주겠다는 이뚜아노의 제안을 받아들여 입단했다. 이혼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돕고 싶었던 것이다.

월급 10만원을 받던 무명의 말컹은 이제 코리안드림에 성공했고 어느덧 해외에서 연봉 10억원을 제안받는 스타로 떠올랐다.

말컹은 이번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18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경남 유니폼을 입게 됐다. 경남에서 선수육성을 담당하는 이대근 과장은 지난해 11월 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이뚜아노 구단을 찾았다. 방문객 대기실에 걸려 있던 2014 시즌 이뚜아노의 주별리그 우승 기념사진 속에서 유난히 키가 큰 말컹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과장은 19일 “말컹이 연습경기를 뛰는 모습을 봤는데, 가공되지 않은 원석 같았다”며 “김종부 감독에게 추천했더니 영입하자고 했다. 이뚜아노 구단주를 설득해 지난해 12월 임대로 말컹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게 축구를 시작한 말컹은 기본기가 부족했다. 공격수 출신인 김 감독은 비시즌 훈련 때 말컹에게 슈팅과 돌파, 몸싸움 등 세밀한 부분들을 가르쳤다. 말컹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196㎝의 장신인 말컹은 농구를 하며 키운 점프력과 유연성, 민첩성을 득점 상황에서 요긴하게 써 먹는다.

경남은 이번 시즌 초반 말컹을 놓칠 뻔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팀들이 말컹 영입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중국 슈퍼리그의 한 클럽은 말컹에게 연봉 1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남에서 받는 연봉의 5배가 넘는 거액에도 말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브라질에서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때 경남이 손을 내밀어 줬다. 그런데 (돈을 보고) 이적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다”며 “경남에서 내 축구 인생의 스토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말컹은 지난 5월 경남으로 완전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재정이 열악한 도민구단인 경남은 말컹에게 숙소와 차를 제공하지 못한다. 말컹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합숙생활을 하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 그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경남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고 득점왕에 오르는 것이다. 그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은 높다. 19일 현재 선두인 경남은 승점 64점으로 2위 부산 아이파크에 승점 5점 차로 앞서 있다. 챌린지 우승팀은 클래식(1부 리그)으로 자동 승격한다. 득점 선두 말컹은 2위 라울(13골·안산 그리너스)에 5골이나 앞서 있다.

말컹은 경남으로 완적 이적한 직후 구단 측에 이런 부탁을 했다. “경남이 1부 리그로 승격하고, 내가 득점왕이 되면 경기장에 내 얼굴이 새겨진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 주세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말컹은 경남에게 그야말로 복덩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