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임윤아(27)는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센터’(Center·중심)가 될 무렵 연기를 시작해 11년차 가수 겸 배우가 된 그는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그만큼 나아지는 자신을 보면 그렇게나 기쁘다면서.
19일 종영한 MBC 월화극 ‘왕은 사랑한다’는 임윤아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그가 처음 경험해 본 사극 드라마. 극 중 고려 최고 거상의 딸이자 몸종과 신분을 바꿔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은산 역을 맡았다. 왕세자 왕원(임시완)과 제1서열 왕족인 왕린(홍종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SMT SEOUL에서 만난 임윤아는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벌써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며 “그동안 ‘산이 원을 좋아하는 건지 린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내게도 우정과 사랑 사이의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결국 원을 고려 땅에 남겨두고 린과 함께 떠나는 산의 선택에 그는 만족한다고 했다. 임윤아는 “산은 두 사람 모두를 좋아했지만 사랑의 종류가 달랐다”며 “원과는 친구로서의 우정이었다면 린에게는 이성으로서 기대고픈 감정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마지막 회 대본을 보기 전까지 많이 헷갈렸어요. 근데 엔딩을 보니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현장 분위기는 늘 즐거웠다. 또래 배우들끼리 뭉친 작품이어서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수시로 안부를 묻는다. 지난 17일에는 출연진이 다 함께 시간을 맞춰 군 생활 중인 임시완의 면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엠티(MT) 가듯이 15인승 버스를 빌려 타고 다녀왔어요. 출석률이 너무 좋아서 저희도 깜짝 놀랐죠. (임)시완 오빠는 잘 지내고 있더라고요. 제가 소녀시대 사인 CD 다섯 장 주고 왔어요. 효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배우 임윤아의 출발점은 ‘9회말 2아웃’(MBC·2007)이었다.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직전 출연한 드라마. 이후 가수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연기 열정을 놓지 않았다. 거의 매년 한 작품 이상 꾸준히 선보였다. 조바심을 안고 바삐 달리던 그에게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 건 3년 전쯤이었다.
얼마간 공백기를 가지며 임윤아는 이런 생각에 빠졌다. ‘100% 만족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많은 작품을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그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스스로를 내려놓게 됐다.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임윤아는 일련의 과정을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시간”이라 표현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소녀를 연기한 ‘더 케이투(The K2)’(tvN·2016)와 천방지축 발랄한 백수로 변신한 영화 ‘공조’(2017)가 그런 결심의 산물이었다. 이번 ‘왕은 사랑한다’ 역시 마찬가지. “후회나 아쉬움은 없어요. 얻은 것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경험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연차가 쌓이면서 대중을 대하는 것 또한 한결 편안해졌다. 소녀시대 멤버들과 함께할 땐 더 마음이 놓인다. “예전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오해받겠지’란 걱정부터 했는데 이젠 안 그래요. 예능에 나가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죠. 경험치가 있으니 좀 더 능숙해 보이는 면도 있을 테고요.”
차기작 결정은 아직. 간만에 달콤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연달아 세 작품을 해서 일단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요. 늘 달려오기만 해서 막상 쉬라고 하면 잘 못 쉴 때가 많아요. ‘윤아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으로 곧 다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