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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향하는 檢 칼끝… 전직 대통령 다시 포토라인에?

입력 2017-09-19 18:20:01


이명박정부 시절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19일 오전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처벌 대상으로 적시한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 올랐다.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자유롭지 않은 처지다. 올해 안에 전직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장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시장과 서울시 법률대리인단은 1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대통령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고발장을 냈다. 명예훼손, 국정원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달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10명도 고발됐다. 대리인단은 “해당 문건은 조폭 수준의 무단통치를 했다는 증거이며, 이 전 대통령이 적폐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원도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과거 국정원이 박 시장 견제 방안을 담은 문건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에서 실행에 옮긴 사실을 확인, 지난 14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원 전 원장과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대상이었다. 피해 당사자인 박 시장은 이에 더해 이 전 대통령을 최종 책임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일 MB 국정원 댓글 사건과 블랙리스트 수사를 맡고 있는 전담 수사팀에 이번 사건도 배당할 계획이다. 조만간 박 시장 또는 대리인을 불러 고소·고발 취지와 기초 사실 관계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전직 대통령을 고소·고발한 사안의 중대성, 사회적 파장 등을 봤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이날 방송인 김미화씨와 배우 김여진씨가 검찰에 출석해 피해 상황을 진술했다. 김미화씨는 4시간가량의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국정원 문건을) 다 봤다. 제가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에 대해 완전히 밥줄, 목숨 줄을 끊어놓는 개인 사찰이 있었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정말 부끄러움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현실이 어이상실”이라고도 했다. 김씨와 전날 조사받은 영화배우 문성근씨도 이 전 대통령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한 후 블랙리스트 생산·실행에 개입한 MB 국정원 내부 인사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 소환과 사법처리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MB 청와대가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박 시장 건이나 블랙리스트 범행에 직접 가담했다는 진술이나 증거를 찾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호일 신훈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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