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서류심사조차 떨어질까 봐 애태우던 청년이 어느새 대형 뮤지컬 주연을 잇달아 꿰차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전까지만 해도 주연은 꿈만 꾸던 배우 한지상(35). 그는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나폴레옹’의 주역에 이어 오는 12월 개막하는 뮤지컬 ‘모래시계’에서도 주역(드라마에서 최민수가 연기한 태수 역)을 맡으며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나폴레옹과 한지상은 유독 닮은 구석이 있다. 프랑스 외딴섬 출신인 나폴레옹은 하급 장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결국 프랑스 황제에까지 오르게 된다. 한지상도 2003년 연극 ‘세발자전거’로 데뷔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한때는 ‘마을사람1’에서 ‘마을사람3’ 역할로 강등돼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과 연기 인생에 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저는 평생 조연만 할 배우인 줄 알았어요. 운 좋게 조금씩 주연 역할로 성장해 가는 제 자신을 봤을 때 요즘 제 안에 있는 나폴레옹을 느껴요. 물론 황제의 자리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성장의 폭 면에선 충분히 나폴레옹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수면 시간을 최소화해 전장을 누볐다. 한지상도 매년 쉼 없이 다작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극심한 콤플렉스 덩어리였다고 해요. 콤플렉스가 이 사람을 키우게 하는 원동력이 된 거죠. 저는 콤플렉스 때문에 많은 작품을 했다기보다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내면의 다양성을 소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인 것 같아요.”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나폴레옹의 메시지는 한지상이 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다. “모든 인간은 야망이 있잖아요. 야망 안에 불가능은 없다는 부제가 있는 것이고요. 불가능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이 끊임없이 무대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착했다가 파멸을 맞는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나폴레옹도 그런 면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상은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최근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긴 후 모래시계 출연도 확정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나폴레옹’의 영향도 큰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이 시기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둥지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태수는 그만이 가진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있어요. 20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저만의 태수를 준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