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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엔 말폭탄’… 국제사회 역풍

입력 2017-09-20 18:00:01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한 연설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비록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지나치게 호전적인 표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민들까지 싹 쓸어버리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서 이전의 ‘화염과 분노’ 발언보다 수위가 더 높은 위협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총회장에 있던 각국 지도자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몽유병 환자처럼 전쟁으로 걸어가면 안 된다”고 비판했고, 마르고 웰스톰 스웨덴 총리는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청중을 상대로, 잘못된 연설을 했다”고 혹평했다. 미국의 핵심 우방들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외교적 해법이 아니면 비극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기 직전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반도 주변의 미군 움직임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적 위협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실시 중인 미·일 연합훈련 ‘동방의 방패(오리엔털 실드)’ 참가병력 규모가 예년보다 대폭 늘었으며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 7함대도 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부상·사상자 발생에 대비한 수송훈련도 잦아졌다.

다만 청와대는 ‘완전한 파괴’ 발언이 최대한도의 대북 압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미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면서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도발에 대해 최대한도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언론에 “미국은 외교적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여전히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발언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엔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한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WP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극대화시킨 연설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어 함부로 대항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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