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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철호 법정 경위 “김명수 대법원장 아랫사람에게 따뜻한 분… 시민의 마음 잘 헤아리실 것”

입력 2017-09-25 05:05:04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1실에서 근무하는 류철호 법정 경위가 지난 22일 빈 법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지훈 기자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은 ‘제왕적’이란 평까지 들었던 과거의 대법원장들과 달리 탈권위적이고 소탈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류철호(33) 법정경위가 기억하는 김 대법원장의 모습도 그랬다. 그는 2년 전 법정 난동을 저지하다 병원 신세를 지게 됐을 때 고법 부장판사이던 김 대법원장의 예기치 못한 병문안을 받았다.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1실에서 근무하는 류 경위는 지난 22일 국민일보와 만나 2015년 3월 법정에서 부상을 입었던 일과 김 대법원장이 문병 온 일화를 전했다.

당시 류 경위는 서울고법 형사10부에서 열렸던 강간미수 피고인의 선고 공판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재판장이 “항소를 기각한다”는 주문을 읽자 피고인이 갑자기 의자를 집어 법대를 향해 던졌고, 검사석 쪽에 서 있던 류 경위는 재판부를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왼쪽 다리에 의자를 맞았다. 피고인은 곧 제압됐지만 류 경위는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통증을 느꼈다. 그날 병원에서 골절 진단을 받고 바로 입원해야 했다.

이튿날 류 경위는 김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있던 행정10부의 법정 보안 근무를 서지 못했다. 낯익은 류 경위 대신 다른 직원이 들어오자 김 대법원장은 주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고 한다. 전날 법정에서 일어난 소동 때문에 다쳤다는 말을 듣고 김 대법원장은 “희생한 사람이 외롭게 혼자 병실에 누워 있어서야 되겠나”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석판사와 재판연구원 등 재판부 식구들을 데리고 류 경위의 병실을 찾았다.

류 경위는 “(김 대법원장은) 직원들에게 언제나 존댓말을 쓰셨던 분”이라며 “‘재판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쾌차해서 돌아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셔서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고 그날 상황을 떠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류 경위의 공로가 인정돼야 한다며, 바로 형사수석부장에게 건의해 서울고법원장 표창을 받게 했다. 류 경위는 김 대법원장을 아랫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배려하는 법관으로 기억했다. 그는 “향후 재판 일정을 속기사와 실무관, 법정경위에게 직접 이메일로 보내 주셔서 미리 개인 일정 등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 직원 모두를 데리고 뮤지컬 관람을 하러 간 적도 있었다”며 “보통 재판부 회식은 있어도 문화행사까지 초대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류 경위는 “사법부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다양한 직렬이 있다”며 “대법원장에 취임하신 후에도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법부 어른으로서 일반 시민들의 마음도 잘 헤아려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때 자신의 좌우명을 ‘처인천의(處仁遷義·어짐을 근본으로 하고 나아가 옳음을 구한다)’라고 소개하면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앞서야 한다는 뜻으로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장점을 묻는 질의에는 ‘소탈’ ‘소통’ ‘경청’을 꼽았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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