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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구름 타고 온 금빛 물고기는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7-10-12 05:05:04
이른 아침 부산 금정산 금샘 너머로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멀리 회동수원지의 물줄기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오른쪽 금정산성 성곽이 기개 있게 뻗어 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용각의 온정개건비.
 
임진왜란 최초의 격전지인 동래읍성.
 
삼한·삼국시대 부산 지배층의 무덤인 복천동 고분군.
 
전광우 부산 동래구청장


부산하면 해운대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부산의 중심은 동래였다. ‘부산 땅의 뿌리’인 금정산을 버팀목처럼 뒤에 두고 왜구의 침략에 대비한 동래읍성이 들어섰다. 건강에 좋은 동래온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축제의 달’ 10월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동래구로 가보자. 알차고 재미있는 볼거리·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태고의 신비를 만난다, 금정산·금샘

동래의 북서쪽에 낙동정맥의 남쪽 끝자락인 금정산이 솟아 있다. 동으로는 부산 금정구, 북으로는 경남 양산시, 남으로는 부산 동래구, 서로는 부산 북구와 접하는 넓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서쪽으로 나란히 달려온 낙동강을 벗 삼아 동쪽의 부산 시내를 굽어보며 산줄기는 끝없이 펼쳐진 남해를 향한다.

해발 801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을 품고 있다. 금정산성. 1703년(숙종 29년) 경상감사 조태동이 동래의 방비를 위해 건의하고 동래부사 박태환이 쌓았다고 한다.

금정산성에는 사대문이 모두 복원돼 있다. 서남쪽의 상계봉과 파리봉, 남쪽의 동제봉, 북쪽의 원효봉,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으로 지나는 성곽의 길이는 17㎞가 넘는다. 문과 문 사이에는 망루가 있고 곳곳에서 낙동강 하류의 장한 물길과 동래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금정산 주능선의 해발 415m 지점에 동문이 위치한다. 3m가 넘는 홍예문으로, 사대문 중 가장 크고 동래읍성과 가까워 정문의 역할을 했다. 1806년(순조 6년)에 동문을 새로 지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의 모습은 1972년부터 91년 사이에 복원된 것이다.

북문에서 산성은 구불구불 용틀임을 하며 고당봉으로 이어진다. 고당봉 능선을 따라 동남쪽 8부 능선쯤에 금샘이 있다. 기둥처럼 우뚝 솟은 암반의 정수리에 샘물이 꽉 차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금정산 산마루에 3장(약 9m)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위에 우물이 있다. 둘레가 10여 자(약 3m)이며, 깊이는 7치(약 21㎝) 쯤 된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황금빛을 띤다’고 기록돼 있다.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황금색 우물 속에서 놀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금샘 너머로 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공덕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회동수원지를 감싸고 장산까지 한달음에 달려간다. 회동수원지의 굵고 긴 물줄기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기개 있게 성곽이 뻗어간 원효봉 너머 동래의 도심이 얼핏 보인다. 멀리 광안대교 너머로 금빛을 한껏 머금은 동해가 출렁인다.

건강을 챙긴다, 동래온천축제

금샘의 물은 동래구로 스며든다. 복천 옥샘 골샘 같은 전통 우물들이 금샘과 직·간접 관련 있다. 이 물이 다시 온천천과 수영강을 이루고 부산항으로 흘러간다.

동래온천의 역사는 15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초기 ‘동국여지승람’에는 동래온천의 열이 계란을 익힐 만하고, 병자가 목욕을 하면 나으니 신라 때에는 왕이 여러 번 행차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 영조 때에는 동래부사 강필리가 동래온천을 정비해 온정을 뚫고 남·여탕을 구분해 개축했다. 용각의 온정개건비가 이를 증명한다.

동래온천은 건강에 최고의 특효약이다. 염소성분과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한 약알칼리성의 식염천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통, 위장병, 부인병, 피부병, 아토피, 고혈압, 당뇨병 등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동래온천에는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2008년부터 시행중인 가족, 사랑, 건강을 형상화한 푸른색 계통의 온천 전용마크를 확인하면 된다. 온천공으로 직접 암반을 뚫어서 65∼73도 온천수를 공급하는 금천파크온천은 지난 5월 3일 개봉한 영화 ‘보안관’의 목욕 장면 촬영으로 유명하다. 이 일대에서 ‘2017 대한민국 온천대축제’가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동래읍성축제

동래읍성은 임진왜란 최초의 격전지로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부산지하철 4호선 수안역에서 출발해 뿌리길을 따라 걷고 동래읍성역사축제를 즐기면 좋다. 1770년 이전부터 2, 7일장으로 형성돼 1955년에는 상설시장으로 바뀐 동래시장은 최신시설을 갖춘 340여 점포로 이뤄진 문화관광형 시장이다. 시장에서 언덕길을 따라가면 복천동 고분군이 등장한다. 삼한·삼국시대의 부산 지배층의 무덤으로, 잘 보존된 고분이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변신했다. 출토 유물은 복천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동래읍성은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동래읍성역사축제가 오는 20∼22일 개최된다. 새 수장의 부임을 알리는 동래부사 행렬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눈여겨봐야할 프로그램은 동래세가닥줄다리기. 삼국시대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로, 일반적인 줄다리기와 다르다. 길이 90m, 몸줄 굵기 40㎝로 머리가 좁은 수줄을 암줄의 넓은 구멍에 끼워놓고 수줄머리 구멍에는 전봇대만한 나무 기둥(비녀목)을 끼운다. 징소리에 맞춰 1000여명의 구민이 서로 줄을 당기는 모습이 장관이다(동래구 문화관광과 051-550-4093).

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bhcnam@kmib.co.kr

■ 전광우 부산 동래구청장
온천대축제에 다양한 볼거리·즐길 거리·먹거리 마련
“대한민국 대표 온천의 명성 되찾도록 철저히 준비”


오는 19∼22일 열리는 ‘제11회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광우(사진) 부산 동래구청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래온천이 대한민국 대표온천의 명성을 되찾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구청장의 의지에 맞춰 동래구는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각종 공연과 온천을 주제로 한 체험 및 전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볼거리·즐길 거리·먹거리 행사가 풍성한 축제를 준비 중이다.

온천테마탕과 합창제, 댄싱카니발, 거리극, 크로스핏 대회, 언더그라운드 DJ파티 등은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22일 오후 온천대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온천수 세족식 기네스 도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전 모집과 현장 접수를 통해 가족과 친구 등 500쌍이 참여한다.

전 구청장은 “축제기간 중 개최지인 동래구의 온천·숙박·음식업소에서는 각종 할인행사를 실시할 뿐 아니라 온천이용 ‘붐’ 조성을 위해 전국의 온천시설에서도 동시에 할인행사가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향후 동래온천 개발방향에 대해 전 구청장은 “동래온천은 신라시대와 조선시대는 물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왕족들은 물론 일본인들조차 목욕 한번 해보기를 소원했던 곳”이라며 “지역 특성을 살려 재창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온정 365’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4년 간 국·시비 등 93억원을 들여 ‘거리 온천박물관 조성’ ‘온천장 옛 전차길 테마거리 조성’ ‘달빛거리 장소만들기’ 사업 등을 펼친다. 온천휴양 중심지로서 동래온천의 옛 명성을 되살리고 온천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특히 올해 온천대축제는 동래구의 전통 축제인 ‘동래읍성역사축제’와 같은 기간에 열려 관광객들의 볼거리가 배가될 전망이다. 동래읍성역사축제는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을 지키기 위한 송상현 부사와 동래 읍성민들의 결사항전을 재현한 역사교육형 전통문화 체험행사로 2014년부터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선정됐고, 콘텐츠협회 주관 ‘콘텐츠 대상’도 수상한 축제다.

전 구청장은 “축제 참가자들은 삶의 온도를 높이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뜨거운 축제의 분위기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국내 모든 온천관광지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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