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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지금 상황선 유인책 없다

입력 2017-10-17 05:05:04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부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이 3년 연장됐지만 ‘사드 갈등’이 개입되면서 견고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통화스와프로 보유하게 되면 위안화보다 더 강력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협의가 단시일 내 재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당장 미국이 협정 체결에 나서게 만들 유인이 없다. 한국 역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등으로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고 있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16일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미국만큼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상대국은 사실 없다”고 밝혔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재체결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10월 처음으로 미국과 통화스와프(300억 달러 규모) 협정을 맺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출렁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급속히 안정됐다. 통화스와프 협정은 외화가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때를 대비한 ‘보험’ 성격을 갖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맺은 협정의 상징성이 그만큼 위력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2008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08년은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던 때다. 당시 한국은 미국 국채를 팔아서라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미 국채 매각에 나서는 극한 상황보다는 서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주는 것이 더욱 유리했다.

반면 현재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긴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다. 2008년처럼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도 않다. 특히 미국은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일본 캐나다 영국 스위스와 기한이 없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아쉬울 게 없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에 통화스와프 재체결을 요청하기가 여의치 않다. 내년부터 한·미 FTA 재협상을 하기로 공식화된 데다 미국의 통상 압력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런 마당에 한국의 통화스와프 협상 요청은 미국에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3일 “통화스와프는 다다익선”이라며 “미국이든 일본이든 기회가 있으면 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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