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 시대 많은 미국 신학교가 자기 신학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기억상실증이 교회는 물론이고 신학교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존재 목적이 훼손되고 있어요.”
지난 13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에서 열린 ‘카우만 기념강좌’ 강연차 한국을 찾은 크리스 바운즈(51) 미국 애즈베리대 신학과장은 신학교들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애즈베리대는 미국연합감리교회(UMC)가 세운 보수적 신학교다. UMC는 7200만명의 성도를 돌보기 위해 미국 50개주 3144개 카운티마다 1개 이상의 교회를 세웠다. 교회 수로는 제1의 교단이다.
바운즈 교수는 “95%의 UMC 소속 신학교가 자유주의 신학을 추구하지만 전체 성도의 30∼40%는 복음주의 전통을 따른다”면서 “문제는 TV 음악 영화 등 강력한 미디어 문화가 크리스천의 도덕적인 삶을 일절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성도들의 사고를 바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속 문화는 신학교까지 밀려들어 오고 있다. 심지어 학문성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운영과 사업성공을 명목으로 학교 정체성을 슬그머니 내려놓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애즈베리대 이사로도 활동했던 바운즈 교수는 그 대안으로 이사회의 신학적 정체성 유지를 꼽았다. 그는 “신학교의 세속화를 막으려면 교육과 신앙고백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도 신학교의 세속화를 막기 위해 학교 정체성과 신학을 고집스럽게 지켜낼 수 있는 인사를 이사회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바운즈 교수는 “학교는 결혼 외의 성관계는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신학생은 입학할 때 반드시 성윤리 서약을 해야 한다”면서 “신학생 중에는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가 몇 명 있긴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성적 활동을 실행에 옮기면 제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신학교가 동성애를 이유로 처벌할 경우 혐오 차별행위에 해당돼 정부 예산이 삭감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바운즈 교수는 미국 복음주의 진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그는 “만약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면 신앙의 자유는 더욱 위축됐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복음전파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보수 복음주의 교계는 전폭적으로 그를 찬성하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진정성 여부를 놓고 교계가 찬반양론으로 갈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