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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광 트렌드… 도심의 재발견

입력 2017-10-19 05:05:04
방치돼 있던 건축물들이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하며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특색 있는 '도시재생' 여행지 10곳을 10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공방과 아틀리에로 가득한 경남 창원시 창동예술촌. 한국관광공사 제공
 
낡은 가스계량기 박스를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으로 변신시킨 인천 동화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충주시 성서동 '젊음의 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도시재생’이라는 테마 하에 특색 있는 여행지를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다시, 예술로 피어나다, 서울 문래창작예술촌과 성수동 수제화거리’ 등 10곳이 포함됐다.

서울 문래창작촌·성수동 수제화거리

한때 서울에서 가장 큰 철강 공단 지대였으며, 지금도 철공소 1000여 곳이 있는 문래동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이곳이 예술로 다시 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그림과 조형물이 생겼다. 문래동의 도시 재생을 예술가들이 이끌었다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합쳐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거리’로 만들고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수제화거리 인근 서울숲에 있는 ‘나비정원’도 낡은 정수장을 활용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문화와 예술의 옷 입은 강원도 강릉 명주동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자리한 명주동은 고려시대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자리했지만, 시청이 이전하고 다른 곳에 번화가가 생기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사라졌다. 편안하게 늙어 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 햇살박물관, 명주사랑채, 작은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강릉커피축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열어 활기가 넘친다.

오래 된 풍경, 대전 대흥동·소제동

대흥동에는 리노베이션한 카페나 오래된 맛집이 많고, 소제동에는 1920∼30년대 지은 철도관사촌이 있다. 모두 오래된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가을과 잘 어울린다. 더욱이 두 동네는 최근 10여 년간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한 재생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 도시가 걸어온 시간을 한층 풍성하고 멋스런 이야기로 들려준다. 근대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을 타박타박 걸으며 만날 수 있다.

쌀 창고의 변신, 충남 서천 문화예술창작공간

서천에는 1930년대 건립된 미곡 창고가 지역민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있다.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서천 구 장항미곡창고)로 지정된 이곳은 전시와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과 카페를 갖춰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기 좋다. 판교면 현암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낡고 허름한 풍경이 매력적이다.

부산의 과거·현재가 만나는 산복도로

산허리를 이어주는 산복도로는 부산 시민의 삶을 진하게 품고 있다. 산동네에 빼곡한 집과 집 사이로 난 골목은 산복도로의 어제를 말해준다.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를 따라 눈이 시린 부산의 풍광을 즐기고, ‘지붕 없는 미술관’ 감천문화마을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어보자. 산복도로를 만난 뒤에는 시장 구경에 나설 차례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에 들러 흥겨운 경상도 사투리 속에 있는 과거 부산 시민의 삶을 만나보자. 밤에는 산복도로의 주황색 불빛이 가슴속에 숨겨놓은 그리움을 불러줄 것이다.

활력 넘치는 경남 창원 창동예술촌

한때 경남에서 가장 번성했으나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몰락한 창동은 2011년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빈 점포를 공방과 아틀리에로 꾸몄다. 1955년에 개업한 ‘학문당’, 클래식 다방 ‘만초’, 빠다빵으로 유명한 ‘고려당’, 문 연 지 40년이 넘은 헌책방 ‘영록서점’도 창동의 옛 낭만을 전해준다.

동화 속으로 떠난다, 인천 송월동

개항 당시 각국조계에 속한 송월동은 독일인이 주로 거주한 부촌이었다. 번성하던 송월동은 1970년대 들어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3년에 시작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송월동을 동화마을로 완벽하게 바꿔놓았다. 짜장면을 선보인 차이나타운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은 인천아트플랫폼,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개항장거리 등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젊어지고 유쾌해진 충북 충주 성내동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활기를 잃어가던 충주 원도심에 성내·충인동과 성서동 일대를 중심으로 새바람이 분다. 9월 8일 개관한 관아골 청년몰 ‘청춘대로’가 그 신호탄이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20여 점포가 입점했다. 성내동과 성서동 젊음의 거리 일대 빈 점포에는 청년가게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원도심 대표 번화가인 성서동 젊음의 거리는 보행 환경 개선 사업과 청년가게 입점으로 변신을 꾀한다. 충주 원도심을 여행할 때 무학시장, 자유시장, 풍물시장 등 전통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옛 골목과 카페거리의 공존, 광주 동명동

동명동에는 마을을 에워싼 푸른 숲길,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이 어우러진다. 카페거리에는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동명동 여행은 ‘푸른길’을 따라 거닐며 가을 산책에 나설 일이다. 시민들이 주도해 경전선 폐철도를 산책로로 변신시킨 곳이다. 길목에서 만나는 일상과 연계된 건축물 광주폴리 역시 생활의 쉼표가 된다. 동구 일대는 예술과 문화라는 자양분으로 거리를 지켜낸 흔적이 도드라진다. 옛 도청 자리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궁동 예술의 거리 등이 발길을 부추긴다.

역전의 전성기, 경북 영주 후생시장

영주시 근현대에 발전을 이끈 영주역 인근에 1955년 후생시장이 생겨났다. 적산 가옥을 본뜬 길이 100m 상가 형태가 다른 지역과 구별된다. 처음에는 곡물 시장으로 문을 열었고, 나중에는 전국 단위 고추 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1970년대 초까지 영주에서 가장 번화했다. 영주역이 이전하면서 쇠락한 후생시장을 비롯한 옛 거리에 2014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됐다. 상가의 기본 틀을 살리며 정비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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