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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외압에 ‘가습기 살균제’ 결론 뒤집혀… ‘면죄부 판정’ 참여 위원 밝혀

입력 2017-10-18 18:50:02




小委 ‘전원위 회부’ 최종결정
윗선 반대로 ‘심의종결’ 처리
사실상 무혐의… 형사처벌 못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면죄부 판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외부 압력이 작용해 결론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제품의 위해성을 인정하는 환경부 증거자료를 무시한 판정 내용의 문제점에 이어 절차적 하자까지 드러났다.

1심 재판부 격인 이 사건의 소위원회에 속했던 A비상임위원은 18일 국민일보,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3명의 위원이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재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다음날 주심인 B위원에게 윗선의 뜻을 전해 들었다. ‘안 된다. 심의종결 처리하라’는 의견이었다. 그 뒤 그렇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A위원은 “처음에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더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 전원위원회로 올리자는 의견이었다”면서 “이에 대한 ‘윗선’의 반대 이유는 시일이 촉박하고, 2012년 같은 사안에 대해 소위원회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주심이었던 B위원은 ‘윗선’의 존재에 대해 함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애경과 SK케미칼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심의절차 종료는 증거가 불충분해 판단을 미루는 것으로 사실상 무혐의 판정이다. 이런 결정으로 두 업체의 공소시효를 넘겨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소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심의절차 종료가 아닌 ‘전원위원회 회부’였다. 공정위는 중요 사안이면 공정거래위원장 등 9명의 상임·비상임위원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3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는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규모가 작은 사건을 처리한다. 공정위 사건처리 절차 규정에 따르면 소위원회 결론이 전원위원회 회부로 결정되면 자동적으로 전원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된다.

주심 B위원은 이에 대해 “소위원회가 열린 당일(지난해 8월 12일) 전원회의에 회부하자고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라 합의를 유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합의 유보가 성립하면 8월 12일 다시 언제 합의를 속개하자고 날짜를 정했어야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위원회 회부로 합의를 했다가 외압으로 결론이 뒤집히자 이제 와서 합의 유보라고 둘러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이 사건을 맡을 소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과거 소위원회에서 2건의 사건을 협의 결렬로 전원위원회에 회부했던 C비상임위원에게 참여 의사를 묻지 않았다. 4명의 비상임위원 중 2명을 이 사건에 배당하면서 C의원(1명은 거부)만 배제한 것이다. 전해철 의원은 “절차상 위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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