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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비밀벙커, 40여년 만에 미술관으로 탈바꿈

입력 2017-10-20 05:05:02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 지하에 40년 넘게 숨어있던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SeMA벙커’가 19일 문을 열어 시민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시내 또 하나의 비밀 지하공간인 '신설동 유령역'으로 이 공간 역시 앞으로 여의도 지하벙커처럼 시민에게 공개된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환승센터 지하에는 비밀의 공간이 있다. 성인 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지하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871㎡(약 263평) 규모의 공간이 나온다. 지난 2005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중 처음 발견된 이후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로 불려온 곳이다. 40년 넘게 숨겨져 있던 이 지하벙커가 미술관으로 변신해 19일 개관했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1970년대에 만들어져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서울시가 항공사진을 찾아본 결과, 1976년 11월 사진엔 벙커 지역에 공사 흔적이 없었지만 이듬해 11월 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보였다. 벙커 위치는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설치된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벙커 안쪽에는 대통령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방이 있다.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갖춰져 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역사갤러리’로 꾸며 처음 발견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소파를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변기 등을 그대로 뒀다. 당시 벙커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어떤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벙커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50㎝ 코어 조각도 전시했다.

서울시는 2015년 지하벙커를 시민들에게 공개한 적이 있고, 공간 활용 방안을 놓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미술관으로 꾸몄다.

시설 운영은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맡고 이름도 ‘SeMA벙커’라고 새로 지었다. IFC몰 앞 보도에 출입구를 추가로 마련해 승강기도 설치했다. 개관 기획 전시로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가 11월 26일까지 열린다. SeMA벙커는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개관식에 참석한 뒤 벙커를 둘러보면서 “‘경희궁 지하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까지 엮어 시민들에게 공개해 특별한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역사적 경험을 상기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다른 비밀 지하공간인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도 여의도 지하벙커와 같은 방식으로 재생해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 구석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된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지만 노선이 조정되면서 기능을 잃어버렸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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