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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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

입력 2017-10-31 17:20:01


다산 정약용은 6남3녀를 뒀다. 다산은 유배생활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자녀들에게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고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는 집을 찾아가 도와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유배지에 보낸 편지’에서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이라며 자녀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형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베푼 재물은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 같은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 다산의 기부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목민심서에서는 ‘청렴한 선비의 행장은 이부자리에 속옷, 그리고 고작해야 책 한 수레쯤 싣고 가면 된다’고 했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는 것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40) 대표가 사재 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하며 다산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만 한 게 없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개인지분을 처분해 저소득층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쓰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대한 감사다. 감사함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기업인과 일반인의 기부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선진국들의 기부 비율은 80%를 넘지만 우리나라는 35%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 금액도 0.54%로 미국(1.67%)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2016년 세계 기부지수를 보면 한국은 62위로 최하위권이다. 세계 1위 기부 국가가 최빈국인 미얀마라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어느덧 2017년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주위에 춥고 배고픈 이들이 없는지 관심이 필요한 때가 왔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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