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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바다 위로 솟구친 붉은 빛 기암괴석…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 단풍 산행

입력 2017-11-02 05:05:03
사계절 변화무쌍한 풍광을 연출해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대둔산의 근육질 기암괴석과 불붙듯 번진 단풍이 이른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붉게 빛나고 있다. 멀리 낮게 깔린 운무 속에 섬처럼 솟은 크고 작은 산이 농담 짙은 수묵화같은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거대한 분재를 연상케 하는 대둔산 바위 병풍.
 
산중턱까지 6분 만에 올라가는 대둔산 케이블카.


울퉁불퉁 근육질 기암괴석이 하늘을 찌른다. 그 암봉 사이 나뭇가지에 빨강, 노랑 단풍이 절정이다. 거대한 바위 병풍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오르는 울긋불긋 등산객들이 색채를 더한다. 오색 단풍의 대명사 대둔산(大芚山·878m)으로 향했다.

대둔산은 충남 논산과 금산, 전북 완주에 걸쳐 있다.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와 기암단애, 수목이 사계절 변화무쌍한 풍경화를 연출해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린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운무와 계곡,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단풍이 불붙듯 번지는 가을에 대둔산을 제대로 맛보려면 완주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먼발치에서 봐도 험준한 산세의 암봉이 웅장하다. 더구나 케이블카가 가파른 등산로의 절반쯤을 가뿐하게 접어주기 때문에 가볍게 딛고 오를 수 있다. 이후 아찔한 암봉 사이를 잇는 금강구름다리와 경사도 51도의 가파른 암봉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삼선계단이 짜릿함을 안겨준다.

케이블카에 오른다. 51인승 케이블카가 움직이자 형형색색의 바위와 단풍이 한데 어우러진 대둔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만 오르면 금강구름다리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연결하는 빨간색의 금강구름다리가 이어진다. 해발 670m에 놓여 있는 길이 50m의 철제 다리다. 바로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여서 발을 떼놓을 때마다 하늘을 걷는 기분이다. 다리 밑을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쫄깃해진다.

폭이 좁은 가파른 길과 계단을 오르면 약수정 휴게소다. 왼쪽으로 가면 총 길이 36m의 철재 삼선계단이 나온다. 고려 말 한 재상이 딸 셋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와 망국을 한탄하며 여생을 보냈는데 딸 셋이 선인으로 변해 삼선바위가 됐다고 한다.

계단을 오른 뒤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하지만 죽순처럼 솟아오른 봉우리와 구름다리의 조화는 한 장의 ‘달력 사진’을 연출한다. 바위 위 소나무도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이곳은 일방통행이다. 정상을 향할 때만 올라가게 돼 있고 내려올 때는 다른 등산로로 돌아와야 한다.

마치 요새 같은 봉우리로 이뤄져 있는 대둔산은 일본군에 쫓긴 동학군이 최후의 항전을 했던 실제 요새였다. 1895년 접주급 이상 26명의 동학지도자들이 진을 치고 3개월 동안 일본군과 대치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와 신라가 마지막 혈전을 벌였던 황산벌 전투를 비롯해 권율 장군이 1000명의 군사로 왜군 1만명을 격퇴한 배티재 전투도 모두 대둔산과 주변 지역을 무대로 펼쳐졌다.

등산로는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로 향한다. 마치 산수화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칠성바위, 왕관바위 등 기암마다 웅장함을 뽐내고 섬처럼 솟은 크고 작은 산들의 능선이 겹치고 포개진다. 선계로 들어서는 듯한 절경이다. 정상에 1970년 완주 군민이 직접 자재를 운반해 세운 10m 높이의 개척탑이 우뚝하다. 시야를 멀리 뻗치면 파도치는 연봉 사이로 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마이산, 지리산까지 눈 안에 든다.

능선을 밟아 낙조대로 향한다. 바위 줄기라곤 없는 순한 산등성이들이 낮게 엎드려있고 멀리 서해가 보인다. 바위산 이미지와 전혀 다른 풍경이다. 낙조대에서 나와 능선 윗길을 따라 30분쯤 순한 오솔길을 걸으면 용문골과 만나는 갈림길이다. 15분 정도 조심조심 내려오면 용문굴과 칠성봉이다. 용이 이 돌문을 지나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승천할 때 별 일곱 개가 떨어져 칠성봉 바위가 됐다. 칠성봉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굴 위쪽에 있다.

대둔산은 단풍도 유명하지만 운무가 그려내는 풍광도 압권이다. 이른 아침 안개는 향처럼 한 줄기 연기로 올랐다가 솜구름으로 뭉쳐지고, 다시 거대한 안개 바다를 이룬다. 발아래 구름을 깔고 앉은 바위봉우리와 운무에 가렸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기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멀리 구름바다에 섬처럼 솟은 크고 작은 산들이 농담 짙은 수묵화로 다가온다. 중중첩첩 겹쳐 보이는 산들의 능선이 아스라하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의 1000m가 넘는 고봉에서 바라보는 것 못지 않다.

가을 운무 코스는 태고사를 들머리로 한다. 케이블카가 운행되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가장 빨리 조망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조대 삼거리를 거쳐 마천대로 향한다. 용문골 삼거리를 300m 남겨두고 왼쪽 봉우리에 오르면 동쪽으로 전망이 확 뚫린다. 왼쪽으로 금산군 진산면의 오대산(643.8m)이, 오른쪽으로 대둔산 장군봉이, 그 사이로 멀리 배티재가 시야에 잡힌다.

여행메모

오전 9시부터 20분 간격 케이블카 운행
대둔산집단시설지구에 맛집·묵을 곳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추부나들목을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충남 금산 방면으로 간다. 복수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대둔산으로 가는 길, 배티재를 넘으면 대둔산집단시설지구가 나온다. 천안논산고속도로 논산 나들목을 나와 679번 지방도로→양촌·운주 방향 17번 국도→배티재→대둔산 순으로 가도 된다.

대둔산 케이블카(063-263-6621)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성수기에는 더 자주 연장 운행한다. 6분 소요된다. 요금은 어른 기준 왕복 9500원, 편도 6500원이다. 주차장은 승용차가 1일 2000원이다.

대둔산 도립공원 입구에는 식당과 여관·민박단지가 형성돼 있다. 주변에 펜션도 많다. 케이블카 매표소 인근에 산채비빔밥과 파전, 인삼튀김 등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그중 소문난전주식당(063-263-9358), 고향전주식당(063-263-9151) 등이 유명하다. 정식은 비싼 편. 청국장과 함께 내는 백반에도 산채가 10여가지 따라나온다.

화산면엔 붕어찜으로 유명한 식당이, 대아저수지 인근엔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많다. 대아댐에서 10여분 거리 고산면 소재지엔 한우 전문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대둔산(완주·금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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