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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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태현] 여성 감독

입력 2017-11-05 17:25:01


29세 여성인 찬유엔팅은 홍콩 프리미어리그 2015∼2016 시즌 중반 이스턴 SC의 사령탑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 찬유엔팅은 남성 프로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첫 여성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성 지도자상을 받은 그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여성에 뽑히기도 했다. 해외에선 여성 감독들이 활발하게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여성 지도자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 V-리그에선 이번 시즌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여성 감독이 활약하고 있다. 박미희 감독은 2014년 5월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2010∼2011 시즌 조혜정 GS칼텍스 전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 V-리그 여성 감독이 된 것이다. 1980년대 미도파의 레전드였던 박 감독은 약체였던 흥국생명을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1990년대 실업배구 호남정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명세터 출신 이도희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을 맡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현대건설은 5일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 여성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근 은퇴한 세터 김사니는 “두 분 모두 그냥 감독이 되신 것이 아니다”며 “공부를 많이 하셨을 것이다. 준비된 감독님들이다”고 말했다. 여성 감독이 여자 프로팀을 이끌면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현재 다른 프로 종목의 여성 감독은 없다. 여자 프로농구에선 KDB생명의 이옥자 전 감독이 2012∼2013 시즌을 치른 뒤 사령탑에서 내려왔으며, 이후 여성 감독의 명맥이 끊겼다. 실업 무대에선 여자 핸드볼 서울시청의 임오경 감독과 여자 축구 WK리그 보은 상무의 이미연 감독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임 김독은 지난 시즌 SK 코리아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제대회 단체 구기 종목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의 공헌도는 높은 편이다.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여자 축구는 2010년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왜 국내 여성 감독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일각에선 여성 감독으로는 우승하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이런 편견은 깨지고 있다. 능력 있는 여성이 더 많이 감독으로 발탁될 때 한국 프로 및 실업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다.

글=김태현 차장,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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