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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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무례한 기독교인, 안됩니다

입력 2017-11-06 00:05:01
안재경목사


‘무례한 기독교인’, 어떤 기독교학자의 책 제목이다. 과장된 표현일까.

목양실에 앉아있다 보면 구걸하러 오는 분들이 있다. 지방에 내려가야 하니 차비 좀 보태달라는 이들, 찜질방에서 하루만 자게 해 달라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대부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1000원씩 드린다. 더 많은 돈을 주면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들 터라 어쩔 수 없다.

큰돈도 아닌데, 이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 주는 것도 어딘데’ 하는 마음을 가진다. 또 자기 말을 들어달라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30분 정도는 참고 듣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그만하라고 내보낸다. 나도 이제는 무례한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내가 봐도 기독교인이 무례하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을 때가 많다. 전도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지하철 안이나 길거리에서 “예수 믿으라”고 소리치는 것까지는 봐 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하면 경멸하는 눈빛으로 ‘너희들은 지옥 갈 것들’이라는 식의 모습을 보인다.

옆에 앉아 열심히 복음을 전하다가 ‘안 믿겠다’는 얘기를 들으면 쌩 하니 바람 부는 태도를 보인다. 불신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믿는 것들은 나를 사람 자체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도 목적으로 접근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기독교인들은 왜 불신자를 그냥 한 사람으로 대하지 못하는가. 하나님만 잘 믿으면 되니까 사람에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듯이 모든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에 다 들어 있다. 기독교인은 무례할 수가 없다. 크신 하나님을 섬긴다고 해서 사람이 작아 보이면 안 된다.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시고 구원하기를 기뻐하시니 사람은 하나님만큼 귀하다. 하나님을 높여야 하니 사람을 귀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나부터 캠페인의 11월 주제가 ‘나부터 배려하겠습니다’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거창한 구호나 행사, 프로젝트로 기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종교개혁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그리스도가 우리의 유일한 구원이라는 것을 믿고,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자리에서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신자는 누구의 종도 아니지만 모든 사람을 섬기는 종이다”라고 했다. 이것이 진정한 종교개혁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남 위에 군림하려 하지만 남을 배려하고 겸손히 섬기는 것이야말로 구원받은 자의 모습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어느덧 자랑과 교만에 사로잡힌 한국교회가 깊이 새겨야 할 말씀이다.

안재경목사(온생명교회, 나부터 캠페인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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