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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온 트럼프 “韓·美 FTA, 美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 아니었다”

입력 2017-11-07 22:10:0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청주가 담긴 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축하하는 건배사를 했다. 만찬에는 한·미 우호관계에 기여한 인사를 비롯해 양국의 정·재계 및 문화계 인사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병주 기자


트럼프, 재개정 협상 강도 높게 압박

“한국, 무기 구입 크게 확대
미국 무역적자 감소될 것”

文대통령 “협의 신속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통상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협상을 신속히 추진키로 합의한 것도 이 같은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첫 공식일정인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부터 양국 간 교역 불균형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통상 문제에 대한 회담이 예정돼 있다”면서 “우리가 미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길 희망한다. 이는 내가 한국에 온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저는 문 대통령께서 한국 교역협상단에 우리 측과 긴밀히 협력해 조속히 더 나은 협정을 추구하도록 지시하신 데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세일즈’에 적극 나섰다. 그는 “우리 군사력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정말 최강”이라며 “어떤 무기든지 필적할 대상이 없으며, 한국 정부가 국방장비를 많이 구입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한국과 무역을 더 많이 하고 싶다” “한국이 더 많이 힘써줘야 한다” “좋은 소식은 한국이 무기 구매 주문을 할 것이라는 점” “한국이 무기 구입을 크게 확대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감소할 것” “미국은 무역적자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이 구매하게 될 미국 무기는 최고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방문한 일본에서도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 미국은 오랜 기간 일본에 의한 무역적자로 고생해 왔다”고 말하는 등 각국과의 교역 문제를 수차례 거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FTA 재개정 협상과 무기 판매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문 대통령도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 있는 무역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한·미 FTA 관련 협의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속도와 방향에 어느 정도 큰 틀에서 교감을 나눴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일 통상장관 회담을 열고 FTA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로 예정된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 공청회를 여는 데 이어 경제적 타당성 평가, 국회 보고 등 개정 협상 관련 법적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FTA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한 만큼 후속 절차를 밟는 데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국은 향후 협상에서 미국의 개정 요구가 자동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우리나라의 여러 안전·환경 규제가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미 FTA 개정이 농축산물시장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업계는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욱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준구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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