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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스테판 쇼만 ‘최후의 피난처, 상하이’

입력 2017-11-10 05:05:03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의 손아귀에 들어간 1939년. 당시 14세인 로버트 R 소칼은 가족들과 피난길에 올랐다. 빈에서 페인트 공장을 운영하던 소칼의 아버지는 유대인이었다. 유럽 각지에서 탈출한 유대인 2만명은 상하이의 조계지를 향해 험난한 여정을 떠났다. 상하이는 유대인들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 안전지대 중 하나였다. 소칼은 상하이 세인트존스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다 같은 대학 의학과에 다니던 여대생 양전주를 만났다. 그녀는 부유한 중국 가정에서 자란 재원이었다. 그녀는 일본군이 상하이를 점령하자 저장성으로 피난갔다가 돌아와 소칼을 만난다.

양전주는 주위의 반대를 극복하고 소칼과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한 뒤 공부를 포기하고 남편의 학업을 돕는데 전념했다. 소칼은 세계적인 생물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소칼의 부모는 전후 오스트리아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양전주의 가족은 비극의 연속이었다. 1950∼60년대 격랑의 중국 사회에서 그녀의 부모는 권리와 재산을 빼앗긴 채 비참하게 죽었고, 오빠는 동북의 노동수용소로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

독일 작가인 스테판 쇼만은 유대인 청년과 중국 여성의 러브스토리에 2차대전의 참혹함과 중국의 아픈 역사를 담아 ‘최후의 피난처, 상하이’를 펴냈다.

쇼만은 “유대인이 상하이로 피난을 떠나 겪은 스토리 이상으로 중국이 어떻게 전쟁을 경험했고 어떤 일이 중국에서 벌어졌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은 광기의 시대에 이국적인 곳에서 일어난 광기의 스토리”라고 했다. 2차대전 때 상하이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작가는 이 책이 역사의 틈을 메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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