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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 美편중 심화·가격 협상력 약화 우려

입력 2017-11-08 19:00:01


美産무기 대규모 구매 파장

한·미 연합 군사방위 차원
호환성 고려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변화’ 필요


정부가 미국 첨단무기를 대규모 구매키로 함에 따라 우리 군의 미국산 무기체계 편중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첨단 자산 획득은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우리 군 전력 증강을 위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특히 정찰자산의 확보는 시급한 사안이다. 다만 지나친 편중은 미국 무기에 대한 기술적인 종속이 심화되고 가격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규모의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8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정부는 2012∼2016년 미국으로부터 18조3500억원 상당의 무기를 구매했다. 2012년 1조4553억원, 2013년 3조3493억원, 2014년 8조6765억원, 2015년 4조2549억원, 2016년 6140억원어치의 미국 무기를 사들였다. 미국 정부가 우방국에 대한 안보지원계획의 일환으로 군사 물자를 판매하는 제도(FMS)를 통한 구매와 미국 군수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상업구매 액수를 합친 규모다.

상업구매 현황만 봐도 미국산 무기 의존도가 두드러진다. 정부는 2012∼2016년 미국 업체로부터 3조6011억원 상당의 무기를 구매했다. 이어 스페인(1조3018억원) 독일(7411억원) 영국(7200억원) 이스라엘(4505억원) 등 순이었다.

미국산 무기 편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반도 군사 방위는 한·미 연합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연합작전을 펴는 미군 무기와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미국산 첨단 무기들을 들여와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 도입될 첨단 정찰자산이나 정밀타격무기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요구된다. 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도입 자산 목록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부터 협의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기 구입을 위한 수조원대 추가 지출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 무기를 구매하더라도 핵심기술이나 부품 등을 함께 들여오지 못하면 구매 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관리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무기 도입 국가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입 시 적어도 경쟁 입찰을 통해 도입 가격을 낮추거나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산 무기 최대 수입국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미국 무기를 구매했지만 핵심기술 이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보니 우리 국방기술 개발을 통한 자체 전력 증강에 한계가 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는 “한·미동맹과 연합작전 체계 등을 감안하면 비싼 값을 들여서라도 미국산 무기를 들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핵심기술과 부품 등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우리 군이 미군 무기체계에 종속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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