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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5분 연설에 22회 박수… 연설문 즉석 수정도

입력 2017-11-08 19:05:02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피켓을 들었다가 국회 방호원의 제지를 받고 있다. 김지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국회 연설은 국회 도착부터 연설 시작까지 예정보다 20여분 지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시간을 10여분 늘리고, 연설 직전 즉석에서 문구를 수정하는 등 공을 들였다. 여야 정치권도 24년 만의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을 맞아 모처럼 초당적 환대를 연출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전 11시2분쯤 국회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복도에서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방명록에 ‘한국과 함께여서 대단히 영광이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장 접견실로 이동해 여야 지도부와 잠시 환담했다. 이어 직접 연설문을 수정한 뒤 11시20분쯤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남색 계열의 양복에 성조기 배지를 단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손을 잡고 모습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 주한 외국 대사 등 550여명의 참관인은 기립박수로 맞았다.

단상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친애하는 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신사숙녀 여러분, 연설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한국의 발전상과 한·미동맹의 의의를 강조하자 연신 박수가 터져나왔다. 중반 이후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에선 박수소리가 잦아들고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언급하며 “행운을 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한·미 정상 대화 중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이야기해주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큰 도움이 되겠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연설 중 20번, 입퇴장 시 기립박수까지 합쳐 총 22번의 박수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OK’ 제스처를 취하거나 환호성 방향을 가리키는 등 특유의 쇼맨십으로 호응을 유도했다. 여야 의원들과 두루 악수를 나누며 퇴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접견실에서 정 의장을 다시 만나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정오쯤 국회를 떠났다.

연설에 앞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한·미동맹 강화.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적힌 피켓을 본회의장에 반입했다가 국회 방호원들에 의해 퇴장당했다. 민중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No war! We want peace!’(전쟁 반대. 평화를 원한다)라고 쓰인 피켓을 꺼내들기도 했다.

국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전날부터 모든 차량의 국회 주차가 금지됐고, 당일에는 출입문 대다수를 폐쇄한 채 외부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경찰은 국회에 80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가방 등 소지품뿐 아니라 신체검색까지 이뤄지는 등 검문검색도 대폭 강화됐다.

보수·진보단체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 찬반 집회로 국회 밖도 소란스러웠다.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모임인 ‘노(NO)트럼프 공동행동’과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가 같은 시간 집회를 가져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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