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출판

[책속의 컷] 덧없음에 깃든 아름다움

입력 2017-11-10 05:05:03


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꽃꽂이와는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잎사귀는 다 시든 상태고 잎을 지탱하는 줄기에서도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묘하면서도 그윽한 정취에 젖게 된다.

꽃꽂이는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는 플로리스트 시에코 우에노의 작품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꽃꽂이 기법인 이케바나 방식을 적용했다. 이케바나는 균형미 단순함 우아함을 뼈대로 삼는 기법이다. 서양식 부케와 달리 꽃잎이 다 떨어진 꽃이나 시든 잎을 사용할 때가 많다. 덧없음에 깃든 아름다움을 구현한 꽃꽂이라고 말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저 꽃꽂이는 ‘와비사비 라이프’의 표지를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와비사비’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와비(わび)’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 낡고 오래된 것을 가리키는 ‘사비(さび)’의 합성어다. 저자가 전하는 와비사비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와비사비는 꽃잎을 떨구는 작약이나 저녁시간에 울리는 성당 종소리처럼 소소하고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음미하는 습관이다.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태도를 버리고 기꺼이 그 순간을 즐기려는 의지다.”

책에는 일본 미국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와비사비의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와비사비의 정서가 깃든 사진 250여장도 실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월의 풍파를 견딘 이 세상 모든 것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