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출판

[책과 길] 미혼모 소녀의 용기있는 선택

입력 2017-11-10 05:05:03


한 소녀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열여덟 살 수연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이런 문을 본 적이 있다. 되돌아가고 싶지만 되돌아갈 곳이 없어 열어야만 하는 문.” 수연의 뱃속에는 아기가 자라고 있다. 소녀가 서 있는 곳은 미혼모의 출산과 육아를 도와주는 ‘사랑아이집’ 앞이다. 수연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까.

장편소설 ‘두 번째 달, 블루문’은 그간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10대의 성(性)과 자기 결정권 문제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주인공의 목소리를 차분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해답을 성급하게 제시하기보다 당황하고 갈등하는 소녀의 모습을 찬찬히 좇는다.

수연은 아홉 살인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에게로 보내진 적 있다. 아빠가 무작정 짐을 싸 데려다준 것이다. 아빠 말대로 엄마는 예쁘고 젊었지만 수연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엄마는 “나중에 꼭 다시 만날 거야. 엄마가 약속할게”라며 수연을 다시 아빠에게로 돌려보냈다.

고교생이 된 수연은 동갑내기 친구 지호를 사귀게 됐고 둘은 성관계를 갖게 된다. 그런데 임신을 한다. “나나 지호가 서로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아기를 갖자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낙태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은 뒤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기를 가진 뒤 수연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종종 엄마가 왜 나를 낳고 일 년도 안 돼 집을 나갔나를 생각했다. 엄마로서 준비가 안 되어서였을까? 아빠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부모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 터였다.” 서양에선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은 불길하다는 의미로 ‘블루문’이라 부른다. 수연은 자신이 부모에게, 아기가 수연에게 그런 블루문같이 느껴진다.

수연은 아기에게 재수 없는 달이 아니라 빛나는 달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주고 싶다. 그래서 태명을 ‘달이’라고 지어준다. 자신과 아기를 지키기 위한 수연의 분투가 담담히 펼쳐진다. 수연과 지호의 달달한 연애 장면에 설레기도 하고 소녀의 어린 시절 아픔에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작품은 힘들지만 용기 있는 소녀의 선택을 그리고 있다. 10대의 성과 출산에 대해 이렇게 진솔한 소설을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상처 입은 10대와 그 부모들이 읽으면 큰 위로가 될 듯하다. 장편동화 ‘해피 버스데이 투 미’로 제12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