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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경제성장의 열쇠,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입력 2017-11-17 05:05:01


“이 책은 그 어떤 중대한 새로운 사실도 제시하지 않는다. 무슨 참신한 경제 이론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통계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머리말의 시작을 장식하는 문장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도 비슷한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모든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식당으로 따지면 참신한 메뉴도, 특별한 요리법도 없으며 다른 음식점에서 내놓는 요리를 내놓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도대체 들머리부터 저런 얘기를 풀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진부한 탓에 허투루 여겨지는 경제 원칙을 되새겨보자는 게 이 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제학’을 공저한 이들은 미국에서 경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이들은 경제 성장의 열쇠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성공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나라에서 경제 정책은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이었으며,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저자들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모든 걸 내맡기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미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기에 제1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한다. “분명 ‘보이지 않는 손’은 있었다. 민간기업의 어마어마한 혁신과 에너지도 있었다. 하지만 마법을 부리는 그 보이지 않는 손의 팔꿈치를 들어 올려 새로운 자리로 재배치한 것은 정부였다.”

초기 미국 경제를 재편한 알렉산더 해밀턴을 시작으로 시어도어 루스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을 도마에 올린다. 이들의 실용적인 선택이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 살핀 내용이다. 두 저자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실용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1980년대 이후 미국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을 질타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경제 발전이 미국의 정책 실패 덕분에 가능했다는 식의 주장도 등장하는데, 독자들이 이 대목에 얼마나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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