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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올리버 색스가 사랑한 디자이너

입력 2017-11-17 05:10:01


칩 키드(53)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책 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 전 별세한 영국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는 생전에 출판사와 계약을 맺을 때면 이런 조항을 계약서에 넣곤 했다. “책의 디자인은 칩 키드가 맡을 것.”

저 사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미국판 표지다. 키드의 작품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설 속 내용이 암호처럼 녹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손바닥 모습이지만 손가락 색깔은 제각각이다. 이유는 작가가 주인공 쓰쿠루의 친구 4명을 각기 다른 색깔(빨강 파랑 하양 검정)로 명명했기 때문이다. ‘색채가 없는’ 엄지손가락은 쓰쿠루를 가리킨다. 키드는 “이 표지는 독자가 바로 이해하기를 바라며 디자인되지 않았다”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표지의 암호를 해독하려 본문을 좀 더 탐색하도록 유인하는 게 목표였다”고 적었다.

키드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기억해두어야 할 디자인의 세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①명료성은 핵심을 찌른다. ②미스터리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③좋은 인상을 오래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라.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새길 만한 조언일 것이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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