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총탄도 못막은 자유로의 탈출 “그의 몸엔 1만2000cc 한국인 피가 흐른다”

입력 2017-11-23 05:10:03
유엔군사령부가 22일 국방부에서 지난 13일 오후 북한 병사의 귀순 과정에서 발생했던 총격 등 긴박했던 순간이 담긴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공개했다. 귀순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배수로에 박힌 군용 지프에서 내려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달리고 있다. AK-47 소총으로 귀순 병사를 조준사격했던 북한군 1명이 MDL(붉은 점선)을 넘어온 모습. 귀순병사가 MDL 남측 자유의 집 건물 벽 앞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위쪽부터). 유엔군사령부 제공


귀순 병사, 지프가 배수로 턱 걸리자 차에서 내려 남으로 달려
추격조 1명, 10m 이내서 엎드려 사격 후 MDL 넘었다 돌아가
특조단 “아군 적절한 조치”… 北에 ‘정전협정 위반’ 통보
李 교수 “남한 사람 소중한 피 수혈”에 北 병사 “고맙습네다”


1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엎드려쏴’ 자세로 쏟아 부은 북한군의 탄환도 남쪽을 향해 뛰는 병사를 막지 못했다. 사선을 넘어온 지 10일째인 22일 의식을 완전히 회복한 북한 병사의 몸에는 1만2000㏄의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국방부에서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CCTV, 열상감시장비(TOD)에 찍힌 북한 병사의 귀순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그를 바짝 추격하던 북한군 4명이 남측 방향으로 조준사격을 퍼붓는 장면 등 당시 긴박했던 장면이 담겨 있다.

군용 지프를 타고 남측으로 이동하던 귀순 병사는 차가 배수로 턱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자 남측으로 내달리다 5곳 이상의 총상을 입었다. 추격조 1명은 엎드려쏴 자세로 AK-47 소총을 쏜 뒤 군사분계선(MDL)을 몇 걸음 넘었다가 황급히 돌아갔다. 군 관계자는 “CCTV 화면상으로 북한군 추격조는 귀순 병사 바로 뒤에서 사격하는 것 같지만 귀순 병사가 남측으로 달려온 거리 등을 감안할 때 10m 이내에서 총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북한군이 MDL 너머로 총격을 가한 것과 북한군 병사가 잠시나마 MDL을 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두 차례의 유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특별조사단은 공동경비구역 소속 군인들이 이번 사건 대응에 있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이 사안이 정전협정 위반임을 북한군에 통보했다. 정전협정 위반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회의 개최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군이 회의 소집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사 발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JSA 관할권을 가진 유엔사가 정전협정 내용을 북한에 통보하고, 분명한 (위반) 사실에 대해 북한에 항의조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귀순 병사를 치료하고 있는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귀순 병사 몸에 대한민국 국민이 자기 팔 찔려가면서 헌혈한 피 1만2000㏄가 흐르고 있다”며 “북한 청년은 비록 북에서 왔지만 국민 여러분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피가 (귀순 병사) 몸속에서 세 번 돌아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이 순간 당신에게 수혈하는 피는 남한 사람들의 소중한 헌혈로 모아진 것이라고 했더니 귀순한 북한 병사가 ‘고맙습네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병사에게는 성인 3명 분량의 O형 혈액이 수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귀순 병사는 ‘북한군 운전병 출신의 25세 오○○’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 동기는 조만간 진행될 정부 합동신문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택 기자, 수원=강희청 기자 ptyx@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