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였다. 화를 내며 욕하거나, 부끄러움에 할 말을 잃은 채 낙담해있거나.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 세계 최대 장로교회 중 하나라는 명성교회에서 일어난 일을 지켜보는 그리스도인의 마음은 그랬다. 왜 자꾸 밖에서 참견이냐 할지 모르지만, 밖에 있는 우리도 비난의 소나기를 피하지 못한 채 같이 맞고 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재벌보다 더하다’는 소리까진 참을 만했지만 ‘저런 교회에 하나님이 진짜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을 땐 마음이 무너졌다. 빗줄기는, 예상보다 더 거세고 아팠다.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교단 총회가 법과 원칙에 따라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김하나 목사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세상 법정으로 가서 몇 년간 다투다 판결이 나오면, 그땐 해결이 될까. 명성교회는 꿈쩍 않고, 성도들은 떠나고, 세상은 욕하는 상황이 마냥 이어지는 건 아닐까. 깊은 좌절은 기도도 삼켜버렸다. 한국교회와 나라를 위한 기도 따위, 이제 더 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 전 백수(白壽)를 앞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새 책 하나를 건네받았다. 책에서 김 교수는 강남에 예배당 신축 문제로 자문하는 영락교회 장로에게 “지금 예수께서 한국에 오신다면 어느 교회를 찾아갈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그 질문은 2017년 12월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물음이다. 책엔 비단 지금의 명성교회 못잖은 한국교회의 못난 모습들이 아무렇지 않게 가득했다. 그런 한국교회를 지켜보며 100년을 치열하게 살아낸 어른의 고백이 책의 제목, ‘인생의 길, 믿음이 있어 행복했습니다’였다. 다른 제목을 달자는 편집자의 제안을 마다하고, 김 교수는 끝까지 그 제목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런 고백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주님께서 100세를 바라보는 오늘까지 함께해주셨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나는 기독교가 민족과 인류의 희망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의 영원한 희망과 행복입니다.” 콧등이 시큰거린다. 1세기 동안 신앙의 길을 걸어온 어른의 고백은, 큰 위로로 다가왔다.
최근 한국을 찾은 영국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를 인터뷰했다. 그들은 짧은 방문 기간이었지만, 한국교회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로 인해 한국의 사역자들이 많이 좌절해있는 걸 느꼈다고 했다. 헤어지기 전, 한 사람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한국교회가 그 짧은 시간에 이만큼 부흥한 게 비정상이지,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보면 교회엔 늘 문제가 있었고, 그걸 고쳐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그러니 그분께 맡기고 그분을 바라보라고 했다. 돌아보니 늘 그랬다. 문제에만 집중하면 나의 부족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을 바라볼 때 비로소 기도할 수 있었고, 주님은 항상 내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하셨다. 세계적인 신학자 칼 바르트는 “종교개혁은 거대한 역사적 협력 작용이지만 또한 끊임없는 기도의 행위였다”고 했다. 그가 스위스 뇌샤텔에서 1947년부터 세 차례 열린 주기도문 관련 세미나를 엮은 짧은 책, ‘기도’에서 읽었다. 바르트는 마르틴 루터가 ‘대교리문답’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우리의 모든 방패와 보호가 오로지 기도에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쓴 걸 인용하면서 종교개혁자들에겐 무엇보다 기도가 먼저였다고 했다.
이제 곧 대림절이다.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아버지여, 이 땅을, 한국교회를 고쳐주소서.’ 시대를 아프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저마다의 가슴 속에 기도의 촛불이 켜지기를 기도한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를 이들에게 로마서 8장 26절만큼 큰 격려가 또 있을까.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성령이 친히 우리를 위해 간구해주시길, 마침내 이 기도가 한국교회 종교개혁의 진정한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나래 종교부 차장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