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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동화작가 이인호 “지쳐 보이는 친구에 손 내밀어 봐요”

입력 2017-12-08 05:05:04


친구의 손을 잡을 줄 아는 아이라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동화작가 이인호(52·사진)의 동화집 ‘우리 손잡고 갈래?’(문학과지성사)에는 힘들고 외로운 아이들의 내면을 다독이는 이야기 4편이 담겨 있다. 이 작가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동화집에는 상실 좌절 억압에 놓여 있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동화 속에 나오는 친구들은 과거 제 모습이기도 하고 요즘 제가 만나는 아이들 모습이기도 해요. 누구나 외롭고 힘든 때가 있는데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엄마가 공부는 물론이고 교우 관계까지 조정하고 개입해서 그런지 힘들어도 그걸 터놓을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힘들어 보여요.”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는 약 20년 전부터 청소년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거창한 걸 바라진 않아요. 그냥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면 좋겠어요. 지쳐 보이는 친구 곁에 다가가서 ‘넌 고양이가 좋아, 강아지가 좋아’라고 사소한 질문을 던지길 바라요.”

실제 동화에는 힘들어 보이는 주인공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주는 아이들이 나온다. 주인공은 티격태격하다 결국 친구가 내민 손을 잡는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달동네에 이사 간 근호는 나은이가 사주는 떡볶이를 먹고(‘계단’)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던 승재는 동주의 제안으로 야구를 시작한다(‘3할 3푼 3리’).

“친구와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부모들도 공부하라고 닦달만 할 게 아니라 매일 한 번이라도 아이를 진심으로 안아주면 좋겠어요. 동화 속 승재처럼 집에서 숨을 못 쉬는 아이들이 많아요. 자녀들을 좀 자유롭게 두면 어떨까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어른들 때문에 마음이 병든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동화 내용을 되새기다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책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가는 아이들의 힘을 믿는다. 엄마를 떠나보낸 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아픔을 이기고(‘내일의 할 일’) 지환이는 자기의 그네를 밀어준 현택이처럼 동생들의 그네를 밀어준다(‘비밀번호’).

2007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한 이 작가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 뒤 매일 도서관에서 몇 시간씩 습작을 한다. 동화를 쓰는 그의 마음은 아주 단순했다. “아이들이 안 아프고 안 슬펐으면 좋겠어요.” 윤미숙 화백의 따뜻한 그림은 책의 온기를 더한다. 초등생 자녀와 함께 읽은 뒤 이야기 나누기 좋을 동화집이다.

글=강주화,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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