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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비트 다케시의 ‘아날로그’

입력 2017-12-15 05:10:01




일본의 거장 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생애 첫 연애소설 ‘아날로그’를 발표했다. 그런데 코미디언으로 활동할 때 쓰는 예명 비트 다케시를 이 소설의 필명으로 하고 있다. 이는 작가이자 시인이자 화가로도 활동하는 기타노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9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고 싶다. 기회가 왔는데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소설 출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기타노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그가 소설을 처음 썼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소설이 한 남성의 순애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새롭다. 잔인하고 선혈이 낭자한 갱스터 영화나 코미디적 요소가 가득한 영화를 다수 제작한 기타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그의 이러한 소재 선택이 큰 화제가 되었다.

소설 아날로그는 제목대로 한 남성의 아날로그식 사랑을 다룬다. 3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즈시마는 카페 ‘피아노’에서 우연히 미유키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서로의 연락처도 모른 채 매주 목요일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러는 사이에 미즈시마는 점점 더 미유키에 대한 순정을 키워가게 된다. 이 소설을 통해서 고희가 된 기타노의 인간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과 기대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너무 쉽게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버리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슬픈 관조가 녹아있다. 주인공 미즈시마 친구의 대사를 통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쉽게 연락을 주고받는 지금의 인간관계. 그러면 고민하거나 걱정하거나 마음의 갈등이 없다.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아날로그한 연애방식. 그것이 정말 연애인지도 모른다”라고 말이다.

교토=유혜림 통신원(교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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