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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상원의원의 아이들’

입력 2017-12-28 20:15:01




자수성가한 변호사 출신의 젊은 정치인이 대권에 도전했다가 혼외자식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추락한다. 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스토리만 보면 2008년 미 대선에 출마한 존 에드워즈 민주당 상원의원을 떠올리게 한다. 에드워즈 의원은 암 투병 중인 부인을 두고 여비서와 바람이 나 혼외자식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도덕적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에드워즈는 경선을 포기했고, 결국 사실을 시인했다. 화가 난 부인은 이혼소송을 낸 뒤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에드워즈는 혼외정사를 은폐하기 위해 대선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더욱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졌다.

소설 ‘상원의원의 아이들’은 에드워즈 의원의 혼외정사를 모티브로 삼아 몰락한 정치인의 스캔들이 낳은 트라우마와 내면의 상처를 다루고 있다. 다만 어른들보다 배다른 두 딸이 입은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 속 본부인의 딸인 벳시는 밤마다 부모가 다투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 잠을 못 이루고 TV를 켜면 대선 주자인 아버지의 혼외정사를 풍자하는 코미디가 펼쳐진다. 아버지가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것을 본 벳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에버리를 미워한다. 반면 혼외자식으로 태어난 딸인 에버리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상원의원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다. 아버지가 정치적으로 유명세를 떨칠수록 더욱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벳시와 에버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게 된 건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며 사경을 헤매고서다. 벳시는 아버지의 유언장을 읽고 난 뒤에야 에버리에게 위로와 화해의 손을 내민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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