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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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삶의 다음 챕터로 넘어간 이들의 얘기

입력 2018-01-05 05:05:01


제목만 보면 요즘 쏟아져 나오는 ‘퇴준생’(퇴사 준비생의 준말) 실용서처럼 보인다. 퇴사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효율적인지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하지만 책장을 열어보면 나나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익숙한 상황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3년차 이후에는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 일한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았다.”

기자 출신인 저자 역시 세 번째 퇴사를 한 뒤 다른 이들은 퇴사 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해 인터뷰를 해보았다고 한다. 책에는 퇴사한 이들 10명이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과정, 퇴사 이후 ‘백수’ 시간을 즐기는 모습,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계기 등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물론 퇴사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자신이 조직생활에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회사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회사의 비전이 보이지 않을 때…. 인터뷰이들의 퇴사 이유를 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어보게 된다. 그중 한 사례. A과장은 쉼 없는 업무에 지쳐 퇴사한다. 이후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쉬는 시간을 가졌고 티(Tea)에서 다시 기쁨을 발견하고 새로운 일도 계획하게 됐다. 광고기획자인 B과장은 직장동료와 갈등을 겪다 퇴사한다. 이후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저자는 B과장의 삶에 대해 “그녀는 퇴사 후 두 아이를 키우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그녀에게 두 우주를 키우고 알아가는 육아는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평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퇴사는 누구나 겪는, 그다지 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인에게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한 얘기다. 이 말대로 한 사람이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해 하는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묘한 감동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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