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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서점가] 스타 작가들의 회심작·역사서·과학·페미니즘… 책 속에 성찬이 차려진다

입력 2018-01-05 05:10:01




한국인의 독서량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45.1%나 됐다. 한국인의 거의 절반이 독서와 담을 쌓고 지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책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새해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이런 다짐을 하기 마련이다. ‘올해엔 책을 좀 읽어야지.’ 2018년 ‘책과 길’의 첫 기사는 이런 독자들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물론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요긴한 참고 자료가 됐으면 한다.

국민일보는 최근 출판사 31곳에 2018년에 내놓을 주요 출간 예정작이 무엇인지 물었다. 설문은 세상의 얼개를 가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비문학 분야 신간만을 대상으로 했다.

어쩌면 이제부터 소개할 작품 가운데 당신의 삶을 바꿔놓는 책이 나올 수 있으니 관심이 가는 신간이 있다면 미리 체크해두시길.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지금부터 언급할 신간들은 말 그대로 ‘출간 예정작’이어서 출판사 사정에 따라 제목은 달라질 수 있다.

스타 작가의 귀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유명 저술가들의 신간이다. 일단 대중적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며 막강한 팬덤을 구축한 유시민. 지난해 그는 ‘유시민 현상’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1년 내내 서점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2011) 개정판과 ‘어떻게 살 것인가’(2013)는 신간이 아니었는데도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7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각각 11위와 12위에 랭크될 정도로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유시민이 5월에 출간할 새 책은 ‘역사의 역사’. 동서양의 유명 역사서를 향한 그의 날카로운 논평이 담길 예정이다. 유시민이 전하는 역사를 ‘읽고 쓰는’ 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은 3∼4월쯤 ‘완당 평전’ 개정판을 내놓는다. 2002년 출간된 ‘완당 평전’은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삶을 다룬 작품이었다. 제목에 있는 ‘완당(阮堂)’은 추사의 또 다른 호(號). 개정판은 원작을 크게 보완한 작품이다. 총 3권이던 원작을 1권 분량으로 압축했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문장도 다듬었다.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2’(tvN)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린 건축가 유현준의 책도 신간 대열에 가세한다. 제목은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도시의 ‘공간’들을 면밀히 살핀 내용이다.

번역서 중에서도 기대를 모으는 신간은 한두 권이 아니다. 당장 다음 달에는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1933∼2015)의 유작 ‘의식의 강’이 출간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나온 작품인데, ‘생각의 메커니즘’을 파고든 내용이라는 게 출판사의 전언이다.

출판시장의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유발 하라리의 새 책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전작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통해 각각 인류의 과거를 되짚었고 세상의 미래를 내다봤다.

하라리는 8월에 출간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통해 이번엔 세계의 ‘현재’를 다룬다. ‘트럼프 현상’이나 ‘가짜 뉴스’ ‘중국과 이슬람 문명의 부상’ 등을 살핀 저작이다. 그의 비범한 필력을 아는 독자라면 불문곡직하고 출간과 동시에 서점으로 달려갈 듯하다.

지난해 첫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각종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 부문을 석권하다시피 한 김승섭도 후속작 ‘지식의 그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도시 살생부’로 한국 지방도시의 존폐 문제를 파고든 마강래도 전작의 논지를 확장시킨 ‘지방도시, 죽어야 산다’를 출간한다. 세계적인 석학인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의 과학’도 주목할 만하다. 도킨스가 발표한 짤막한 에세이나 비평문 42편을 갈무리한 책이다.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유명한 아룬다티 로이의 르포르타주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도 기대를 모은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다채로운 내용의 역사서도 잇달아 출간된다. 이정희 인천대 교수가 4월에 펴내는 ‘조선 화교의 근대 동아시아’는 화교의 시각에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그간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한국화교’의 역사도 다뤄지니 독서가들의 입길에 오르내릴 듯하다.

2013년 저서 ‘식탁 위의 한국사’로 20세기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일별한 주영하는 이달 중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를 발표한다. 다양한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독특한 식사 문화를 들여다본 책인데, 전작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학수고대할 만하다.

700명 넘는 역사학자가 소속된 한국역사연구회가 2015년부터 내놓고 있는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시리즈는 올해 상반기에 완간된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9권과 10권은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룬 내용으로 제목은 ‘한국현대사’다. 남북한의 역사를 두루 살피면서 학계의 연구 성과를 한데 압축한 역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책 외에도 4월에 출간 예정인 ‘인류의 등대를 찾아서’는 지성의 역사를 집대성한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에는 공자부터 스티브 잡스까지 인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이웃나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일본인 이야기-에도시대 편’의 출간을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본 현대화의 끌차 역할을 했던 에도시대 일본인들의 삶을 세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6월에 출간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하여

이색적인 내용을 앞세운 다양한 분야의 교양서적도 독자를 찾아간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허대석은 이달 중 연명치료와 관련해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죽고 사는 것의 사회사’를 펴낸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2008)으로 대단한 글솜씨를 보여준 임승수는 4월 자신의 ‘좌충우돌 인생론’이 담긴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자본주의 생존기’를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2∼3년간 국내 서점가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과학이나 페미니즘 분야의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2018년에도 이들 분야의 신간은 꾸준히 출간될 예정이다.

과학책으로는 미국 프린스턴대의 인기 천문학 강좌를 엮은 ‘유니버스’, ‘나비효과’라는 말을 세상에 퍼뜨린 제임스 글릭의 신간 ‘시간여행의 역사’가 각각 5월과 7월에 한국 독자를 찾아온다. 국내 경제학자로는 처음으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된 최정규 경북대 교수의 에세이 ‘우울하지 않은 과학’도 주목할 만하다. 이달에 출간 예정인 ‘습관의 과학’은 신경과학자가 전하는 인간의 습관에 대한 이야기여서 이목이 쏠린다.

페미니즘 분야에서는 이 분야의 기념비적 고전으로 꼽히는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 50주년 기념판’이 관심을 모은다. 페미니즘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1985)과 ‘반려종 선언’(2003)을 하나로 엮은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도 기대할 만하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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