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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인생의 정거장서 만난 사람들

입력 2018-01-12 05:05:01


아일랜드 국민작가 메이브 빈치(1940∼2012)의 유작. 어느 겨울 아일랜드 서부 해안 마을의 작은 호텔 스톤하우스에 머문 사람들의 일주일을 담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치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치키는 아일랜드로 여행 온 미국인 남자 월터와 사랑에 빠져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하지만 사랑은 몇 달 만에 끝난다.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중년이 된 치키는 고향을 방문했다가 퀴니 부인으로부터 호텔 운영 제안을 받는다. 치키는 “제가 호텔을요? 저처럼 유별나고 사연 많은 사람은 없어요”라며 망설인다. 그러자 퀴니는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걸”이라며 격려한다. 치키는 용기를 내 호텔을 운영하기로 한다.

퀴니 부인의 말대로 호텔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두 유별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스웨덴에서 온 청년 안데르스. 엄격한 아버지는 아들이 회계학을 전공한 뒤 가족의 회사를 물려받길 바라지만 안데르스는 회사 일이 너무나 싫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좀 더 자유로운 일을 찾고 싶다. 여자 친구 에리카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부추기지만 안데르스는 아무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난 아일랜드 여행에서 그는 어떤 장면을 목격한다. “어쩌면 삶은 이런 오해들로 가득할 것이다. 존 폴은 하기 싫은 일을 감당하면서 산꼭대기에서 살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매일 한시에 꼬박꼬박 점심 식사도 차려지는 쾌적한 요양원에 살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만난 한 부자(父子)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오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기와 아버지도 그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처럼 호텔의 8개 방에 묵고 있는 숙박객들은 저마다 인생의 큰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삶의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춰야 하는 기로에 있다. 소설은 이들의 고민과 선택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어떤 이는 안데르스처럼 기적 같은 변화의 순간을 맞고 누군가는 별다른 변화 없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다. 스톤하우스는 인생의 정거장인 셈이다.

“아일랜드가 사랑하는 작가의 이 마지막 작품은 그 자체로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차가운 비를 피해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선술집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미국 ‘피플’지의 평이다. 실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호텔 스톤하우스를 찾아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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