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메고 다니던 ‘묵직한’ DSLR 카메라가 없으니 어깨가 허전했다. 이번 촬영 준비물은 휴대전화와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크기의 스마트폰용 렌즈가 전부. 17년차 사진기자 경력에 이렇게 가벼운 두 손은 처음이었다. 덜어낸 무게만큼 궁금증은 더해졌다. “정말 괜찮은 사진이 나올까?”
스마트폰 카메라는 진화를 거듭해 이제 어지간한 디지털 카메라 성능을 능가한다. 1000만 화소는 기본, 여기에 방수기능까지 더해졌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보정도 자유자재다. 남아 있는 한계라면 ‘렌즈를 교체할 수 없다’는 점이겠지만, 스마트폰 겉에 끼우고 뺄 수 있는 다양한 렌즈가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졌다.
지하상가에서 단돈 3000원에 구입한 접사, 망원, 어안렌즈. 그중 접사렌즈를 스마트폰에 달고 서울숲 곤충식물원에서 나비 근접촬영을 시도했다.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던 나비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보송보송한 솜털, 신비한 날개 문양,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나비의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비 접사가 생각보다 쉽게 되자 눈 결정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눈 결정 촬영은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는 눈송이를 짧은 순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이 작업에는 일명 ‘현미경 렌즈’로 불리는 스마트폰용 접사 렌즈를 사용했다. 시중에서 5만원 내외로 구입 가능하다.
눈 예보가 있던 지난 8일,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눈을 기다렸다. 마침내 흩날리기 시작하는 눈송이를 얼음판 위에 조심스레 받아냈다. 눈이 녹는 걸 조금이라도 지체시키기 위해서다.
눈송이 코앞까지 렌즈를 갖다 댔다. 스마트폰 화면이 초점을 찾아가며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호흡을 멈췄다. ‘찰칵!’ 조금만 망설여도 눈은 금세 물로 변했다. 수십 번의 촬영이 반복됐다. 역시 휴대전화로는 안 되는 걸까. 약해지는 눈발을 바라보며 애꿎은 스마트폰만 탓했다.
눈송이 하나하나를 애지중지 다루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사진을 찍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마침내 반짝이는 ‘눈꽃’을 또렷이 담아낼 수 있었다.
세상에 하찮은 피사체는 없다. 한 발 가까이 다가가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을 담는 데 꼭 비싼 카메라와 렌즈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 스마트폰을 들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