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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화가 솔비 “삶은 소중한 것… 희망을 봤어요”

입력 2018-01-23 18:25:01
가수 겸 화가 솔비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기념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찾아 전시장 입구 ‘걸어가는 사람’ 포스터의 포즈를 취하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34)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기념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찾았다. 대중에겐 가수 솔비로 각인됐으나 개인전만 다섯 번을 가진 화가이기도 하다.

재킷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 유심히 작품을 살피는 그에게선 화가의 모습이 느껴졌다. 솔비는 스위스 출신 조각가이자 화가 자코메티(1901∼1966)의 삶에 이내 빠져들었다. 피카소가 시기했다는 대목, 자식을 두지 못했다는 얘기, 여성 편력 등 큐레이터 설명에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말기의 조각 작품에서 유독 신체가 절단된 채 표현된 건 왜 그러냐고 묻기도 했다. 걷어내고 걷어내 미라처럼 얇은 인체 조각상을 보며 솔비가 말했다. “작품이 가장 비싼 조각가로만 알았어요. 근데 작품이 허상을 걷어내고 본질을 이야기하자는 것 같아요. 지금 시대와 너무나 맞아떨어져요. SNS 세상이야말로 허상이고, 과시가 넘쳐나잖아요.”

외국을 가면 미술관을 꼭 들른다는 솔비. 외국의 어느 전시장에서 봤던 것일까. 그는 자코메티의 친구이자 모델이던 일본인 철학자 야나이하라 이사쿠의 책을 통해 자코메티를 알게 됐다. “자코메티를 묘사한 대목이 너무 와 닿았어요. 그는 꼭 모델과 투쟁을 하는 것 같다고 했거든요. 얼마나 작업이 고통스러웠으면 그랬을까요. 아마도 모델에 자신을 투영해서 그러지 않았을까요.”

수시로 감탄사를 뱉어내던 그는 자코메티의 유작인 ‘로타르 좌상’ 앞에서 ‘앗’ 외마디를 질렀다. 엘리 로타르는 프랑스 사진가다. 유명 사진기자로 명성을 떨쳤지만 술과 여자에 빠져 피폐해졌다. 인생에서 실패한 로타르 특유의 슬픈 시선은 자코메티를 끌어당겼다. 죽음을 예감한 듯 자코메티는 로타르의 시선에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꼭 죽음은 모두에게 오는 거야, 그러니 삶은 더 귀중한 거야라고 희망을 말하는 거 같아요.”

솔비는 2006년 22세에 가수가 됐다. 무명의 신인시절도 없이 데뷔 2주 만에 음악차트 1위에 올랐다. 준비되지 않은 성공 탓에 정점에서 오히려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 미술을 접했다. 처음엔 치유 차원에서 그림을 그렸으나 이제는 미술이 또 다른 정체성이 됐다. 소속사 이정권 MAP크루 대표를 만나면서 회화 세계가 달라졌다. 자신의 장점을 회화에 녹이라는 권유를 받은 그는 초기 일러스트레이션풍을 탈피해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추상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일명 ‘퍼포먼스 페인팅’이다.

요즘 솔비는 마음이 바쁘다. 10년 만에 재결합한 타이푼 원년 멤버들과 3월에 새 앨범을 낸다. 엔터테인먼트 방식을 도입해 미술을 대중화하는 일명 아트 파티도 올봄에 선보인다. 자코메티 전시는 4월 15일까지.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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