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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코믹연기 처음엔 망설여졌지만… 이젠 힐링” [인터뷰]

입력 2018-02-05 00:15:01
코믹 추리 사극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로 설 극장가를 여는 김명민. 그는 “억지로 웃음을 만들려는 욕심은 내지 않았다. 코믹연기는 계산하면 안 되더라. 그래서 더 어렵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조선명탐정3’ 주연 김명민

진중한 이미지서 벗어나
오달수와 콤비로 맹활약
“영화를 촬영한다기보다
한판 놀다오는 것 같았다”


김명민(46)에게는 이런 소개가 어울릴 것 같다. ‘혼신의 연기’를 하는 배우. 매 작품마다 자신을 지우고 온전히 극에 녹아든다. 역할에 너무 이입해 실제 우울증을 겪거나(‘하얀거탑’) 극도로 살을 빼 건강에 이상이 생긴 적(‘내 사랑 내 곁에’)도 있다. 그런 고통을 즐긴다는 그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미소로 답했다. “인물은 죽어가고 있는데 배우가 먹을 거 다 먹고 잠잘 거 다 자가며 연기할 순 없잖아요.” 그에게도 ‘예외’가 있다. 작정하고 풀어지는 바로 이 영화.

오는 8일 개봉하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이하 ‘조선명탐정3’)에서 김명민은 웃기고 또 웃긴다. 익살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제가 이렇게 편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조선명탐정’이에요.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른 데선 안합니다. 저 지조 있는 남자예요(웃음).”

김명민은 “촬영장에 가려고 짐을 쌀 때마다 여행 떠나는 기분이 들더라. 그런 설렘이 있었다”면서 “이 시리즈를 찍으면서 매번 정신적으로 치유 받고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한다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한바탕 놀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의 세 번째 편. 이번에도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파트너 서필(오달수)의 좌충우돌 사건 수사가 뼈대를 이룬다. 8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오달수와는 이제 ‘말이 필요 없는 사이’다. “1편이 서로 간보는 시기였다면 2편부턴 아주 편해졌어요. 달수 형이 제게 마음을 뺏겼죠(웃음).”

콤비 코미디에 의존한 전편과 달리 3편은 드라마를 한층 강화했다. 정체불명의 여인 월영(김지원)을 중심으로 후반부 서사가 펼쳐진다. “색다른 톤 앤 매너로 가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었어요. 마냥 웃기기만 하지 않고 눈물과 감동 코드까지 있답니다. 혁신이죠(웃음).”

김명민은 “우리 작품만의 ‘해피(happy)’한 기운이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웃고 즐기셨으면 한다”며 “관객이 원하신다면 4, 5탄까지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성룡 영화’처럼 설마다 기다려지는 시리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그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것도 상상 이상으로. 그럼에도 진중한 이미지부터 떠오르는 건 ‘불멸의 이순신’(KBS1·2004) ‘하얀거탑’(MBC·2007) ‘베토벤 바이러스’(MBC·2008) 등 정극에서 보여준 강렬함 때문일 테다. 그런 그에게 ‘조선명탐정’ 합류는 도전이었다.

“갈등을 안했다면 거짓말이에요. (코믹연기를) 언젠가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죠. 감독님을 만나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런 분이라면 믿고 가볼만 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될 수 있겠다, 한 꺼풀 벗겨보자는 마음이었죠. 제 허당기를 믿었습니다(웃음).”

공교롭게도 개봉 시기와 맞물려 ‘하얀거탑’이 UHD(초고화질)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방영되고 있다. “이런 행운이 또 누구에게 있을까 싶어요. 한편으론 걱정이 되더라고요. 11년 전 연기를 지금 보면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 것 같아서요. 젊었을 때와 지금 모습이 확 비교되기도 할 테고(웃음).”

바쁜 한 해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영화 ‘물괴’와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명민은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멋지게 은퇴하는 날까지, 얼굴에 골이 패이기 전까지 연기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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