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인터뷰  >  USA

“한국교회, 윤리도덕 강조보다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를”

입력 2018-03-20 00:05:01
TGC(복음연합) 아시아태평양 부총재 스티븐 엄 목사가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주류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출신 목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국 각지에서 한인교회가 성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목회자들은 한인 커뮤니티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현재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The Gospel Coalition(TGC·복음연합)’에서 아시아 태평양 부문 부총재를 맡은 스티븐 엄(52) 목사는 그런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팀 켈러 목사와의 인연으로 ‘리디머 시티투시티(CTC)’의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2018 센터처치 콘퍼런스’ 핵심 강연자로 내한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횃불회관에서 엄 목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7살 때 미국으로 이민해 고든콘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 석사를 마치고,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든콘웰신학교와 커버넌트신학교 등에서 교수(신약학)로 지내면서 동시에 지난 28년간 보스턴과 뉴욕 등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목회를 해 왔다. 현재 보스턴 시티장로교회의 담임목사로 있다. 교인 50%는 한국계 미국인과 중국인 등 아시안이 차지하고 백인이 30%, 흑인이 5% 정도 되는 다민족 다인종 교회다.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것 같다.

“백인 중심의 복음주의 진영에서 아시아인이 지도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TGC 이사 중에도 아시아인은 나와 줄리언 킴 목사 두 명뿐이다. 단체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집필 및 저술 활동을 병행해왔다. 미국장로교(PCA) 신학교인 커버넌트신학교에서 총장직 제안도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당분간은 TGC를 중심으로 복음 운동에 집중하려 한다.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으로 하는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아시아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TGC 코리아’ 발족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CTC가 복음 도시 운동이라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교회 개척에 초점을 뒀다면, TGC는 복음 중심의 부흥 운동으로 더욱 지속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다. CTC Korea와 더불어 TGC Korea를 발족함으로써 한국에서도 복음 중심 부흥 운동의 컬래버레이션을 도모하고자 한다. 올 10월이나 11월쯤 TGC 코리아를 발족하고, 한국어 홈페이지도 오픈하고자 한다.”

-2012년 처음 ‘리디머 교회와 CTC 운동’ 세미나 강사로 참여한 이래, 한국 목회자 훈련에 관여했던 것으로 안다. 그동안 지켜본 한국교회는 어떻게 보였나.

“서구교회 입장에서 보면 한국교회는 헌신 열심 기도 선교 등에서 배울 게 많고 하나님의 축복을 많이 받은 교회다. 그렇게 빨리 성장하다보니 한국 목회자들은 교회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목회를 잘 해서 교인을 많이 모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 돼 있는 듯하다. CTC나 TGC 모두 ‘가스펠 DNA’라는 신앙비전을 강조한다. 2012년 당시 우리가 신앙비전만 강조하자 그 다음날 참석자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때 한국은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느꼈고, ‘큰숲 모임’ 중심으로 복음적 교회 개척 운동이 시작되면서 3년이 지난 2015년 다시 오게 됐다.”

-그동안 한국 목회자들에게 ‘그리스도 중심 설교’에 대한 강의를 해 왔다.

“오랫동안 설교했던 분들에게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설교는 너무 도덕적인 측면이 강하다. 불교 등 타종교의 가르침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데 반해, 성경과 기독교의 복음은 도덕적인 것이 아니다. 타종교와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는 ‘은혜’,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은혜다. 도덕적 설교를 강조하는 교회는 우리가 잘 해야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게 아닌데도 자꾸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며 교인들에게 부담을 준다. 정반대로 믿기만 하면 축복받으니 도덕적일 필요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식의 값싼 은혜가 교회 안에 양극단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란 무엇이며 어떤 점이 다른가.

“설교의 방법론이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해석’의 문제다. 한국의 목회자들은 주로 조직신학의 눈으로 성경을 본다. 하지만 이제는 보는 렌즈를 바꿔서 성경을 구속사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등 구약에는 여러 주제가 있고 상징이 있는데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는 주제의 해결이나 이야기의 완성이 이뤄지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실 때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 가령 구약에서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아들을 바쳤으니, 여러분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것은 아브라함이 영웅이 아닌데 교인들에게 영웅이 되라고 짐을 주는 것이다.”

-이런 설교에 눈 뜨게 된 계기가 있었나.

“나 역시 교회 고등부에서 학생들을 향해 소리치면서 회개해야 한다고 했던, 소위 나쁜 설교를 했었다(웃음). 그러다 1996년 켈러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내가 바로 바리새인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켈러 목사처럼 설교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사람들이 그를 21세기의 CS 루이스라고 말하지만 나는 루이스와 같은 문화적 통찰력에 조너선 에드워즈 같은 신학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복음을 전할 때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그 안의 우상을 제거한 뒤 복음을 전함으로써 마음을 움직이는 설교를 한다. 복음을 신실하게 전하면 사람들이 달라진다.”

▒ TGC(복음연합)은

사회적 이슈를 복음의 렌즈로 바라보고 분석
미국서 가장 활발한 복음주의 운동 네트워크


‘The Gospel Coalition(TGC·복음연합)’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복음주의 진영의 운동 네트워크다. 과거 팻 로버트슨 등이 주도한 ‘미국 크리스천 연합(Christian Coalition of America)’이 정치적 우파를 지향했다면 TGC는 이념을 초월해 복음을 중시한다.

시초는 2002년 DA 카슨 트리니티신학대학원 교수와 팀 켈러 뉴욕 리디머장로교회 목사가 우연히 만나 종교개혁의 유산을 이어갈 건강한 복음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다. 이들은 이후 3년 동안 다양한 목회자, 신학자들과 대화하고 기도하며 모임을 준비해 2005년 발족했다.

이들은 개혁주의 전통을 따르는 복음주의 교회 모임으로,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의 핵심을 현대적 언어와 문화로 표현, 전달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을 견고히 세우는 복음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신앙 비전은 ‘복음이 핵심이다’(아가페출판사)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홈페이지(thegospelcoalition.org·사진)를 통해서도 그리스도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종 문제나 미투운동 등 최근 사회적 이슈를 복음의 렌즈로 분석한다. 또 목회자와 일반 신자 리더들을 위한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을 비롯해 신학교에서 배울 법한 강의 등도 제공하고 있다.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출판, 미디어 사역도 진행하고 있다.

김나래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