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역할, 자연스러운 것
예능도 나에겐 한 편의 작품
‘런닝맨’ 나의 30대 그 자체
계속해서 새로움 보여드릴 것
“제가 머리만 풀고 나가도 다들 ‘우와’ 하세요. ‘런닝맨’(SBS)에서 보여드린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요만큼의 변화도 크게 다가오시나 봐요. 늘 모자 쓰고 바지만 입던 애가 갑자기 꾸미니까(웃음).”
아름답다는 칭찬을 건네기가 무섭게 배우 송지효(본명 천수연·37)는 특유의 털털함으로 받아쳤다. 낯선 이에게 먼저 살갑게 인사하는 친근함마저 예능에서의 모습 그대로다. 영화 ‘바람바람바람’으로 돌아온 송지효를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불륜에 관한 이야기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코믹 화법으로 풀어내 거부감을 다소 줄였다.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의 리메이크작. 전작 ‘스물’(2015)을 통해 코미디 장르에서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한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바람은 죄악이라 생각한다”는 송지효는 “우리 영화는 바람을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바라봐주시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송지효가 맡은 배역은 결혼 8년차 주부 미영. 순진한 내 남편(신하균)은 바람둥이 오빠(이성민)와 다를 것이라 철석같이 믿으며 빨리 아기를 갖자고 닦달한다. 억척스러운 유부녀 역할이 부담스러웠을 법도 하다. 그는 “나이에 맞는 역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오히려 교복을 입는 게 어색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9년째 ‘런닝맨’ 고정 멤버로 활약해 오면서도 송지효는 연기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년 드라마를 선보였고 종종 중국 영화에 출연했다. 국내 스크린에 복귀한 건 ‘신세계’(2013) 이후 5년 만. 그러나 본인은 이런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단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제게는 하나의 ‘작품’이에요. ‘런닝맨’도 호흡이 긴 작품일 뿐이죠. 그렇기에 어느 한 분야가 더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아요.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그래야 후회가 없으니까.”
‘런닝맨’ 출연 이후로 송지효의 인생엔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내성적이었던 그가 ‘또 다른 자신’을 찾게 됐다. “원래 폐쇄적인 성격이었는데 이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익숙해졌어요. 제 30대의 추억이 오롯이 담긴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애착이 클 수밖에요.”
중화권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한류스타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민망하다”는 말로 운을 뗀 송지효는 “감사한 일이지만 자만할 정도는 아니다.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해 주셨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내 능력으로 이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가 사랑받은 이유는 당당함이었다. ‘망가짐’을 불사하고 남성들과의 경쟁에 당차게 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고도 신선했다. “여자라고 배제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물리적인 힘으론 뒤처질지 몰라도 매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