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7개주에 2200개의 점포를 가진 패스트푸드 기업 칙필에이(Chick-fil-A). 한국엔 아직 지점이 없지만 미국에선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 이어 3대 패스트푸드 업체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1946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주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 전통을 잇고 있는 크리스천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거대 패스트푸드 기업을 이끌고 있는 댄 캐티(65) 회장이 한국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차 최근 방한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만난 캐티 회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성경을 꺼냈다.
“이 낡은 성경은 제겐 신앙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죠. 설립자인 아버지 트루엣 캐티가 강조한 것도 성경대로 경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성경엔 어떤 경제 교과서보다 더 많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경영자들에겐 필독서죠.”
지난해 9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의 회장이 강조한 것은 결국 성경적 삶이었다. ‘신실한 청지기가 돼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자’는 기치를 내건 칙필에이가 주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 건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주일은 패스트푸드 기업엔 ‘황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날로 포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캐티 회장의 입장은 확고했다. “주일에 문을 닫고 예배의 자리로 나가는 걸 통해 얻는 게 훨씬 많습니다. 월요일에 오히려 매출이 대폭 늘고 있어요. 우리 임직원들은 주일을 바치는 걸 일주일의 십일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휘청했던 일도 있었다. 2011년 캐티 회장이 신앙적 이유로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밝히면서다. SNS상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2% 늘었다. 기독교 철학에 입각한 원칙적 경영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교회생활은 어떨까. 조지아주 애틀랜타 패션시티교회에 출석하는 캐티 회장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매주 트럼펫을 연주한다. 또 교회를 방문하는 손님을 안내하는 영접위원으로도 오랜 세월 봉사하고 있다. 소그룹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교사이기도 한 그는 일인 다역의 일꾼이다.
그는 출장 중에도 예배를 드린다.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수요예배에 참석한 뒤 이영훈 담임목사와 점심을 함께했다. 그는 “1978년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었다”면서 “교회가 더욱 성장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앙생활만 할 것 같지만 그는 뼛속까지 경영인이다. 그는 한글로 제작한 명함을 건넸다. 세계 어딜 가더라도 그 나라 언어로 된 명함을 만든다고 한다. 그는 2020년이면 서울에서도 칙필에이 매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티 회장은 “한국은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칙필에이 환태평양 벨트’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여러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를 방문해 한국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