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50년, 보답할 길 없어
관객들의 얼굴 볼 때 가장 행복”
내달 12일부터 ‘땡스 투 유’ 투어
“저는 정말 대한민국에 태어나 너무 행복합니다. 반세기 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0세기 국내 최고의 가수로 꼽히는 ‘가왕’ 조용필(68)은 1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실 50주년이라는 건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공연 2∼3번 하면 되겠지’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펄쩍 뛰더라”며 웃었다.
감기로 인한 후두염 때문에 좋지 않은 몸 상태로 평양 공연을 마치고 지난주 귀국한 그는 얼마간 컨디션이 회복된 모습이었다. 조용필은 “(건강 문제 때문에) 자책을 많이 했다. 최악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면서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 음악을 듣는 경험을 선사했다는 데 대해선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다.
데뷔 50주년을 맞아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오는 5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경기도 의정부에서 이어지는 ‘땡스 투 유’ 투어다. 조용필은 “지난 50년간 팬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께 사랑을 받지 않았나. ‘당신들이 있었기에 내가 있다. 참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얘기를 하는 순간 울컥한 듯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공연을 할 때 만족스러워하는 관객의 표정을 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관객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제게 그 이상의 기쁨은 없어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죠.”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가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68년 데뷔 이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키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발매한 음반만 50장(정규 20장·비정규 30장)에 달한다. “별의별 타이틀이 다 붙는데(웃음), 사실 전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걸 위해 노래한 게 아니거든요.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해 왔을 뿐이죠.”
조용필은 매일 음악을 듣는다. “심심하게 산다”는 그의 유일한 낙.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때론 아이돌 노래도 듣는다.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등의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기도 한다. 조용필은 “인기를 얻는 이들에겐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요즘 친구들은 잘 생기고 실력도 좋더라. 난 비주얼이 안 돼서 요즘 태어났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농을 쳤다.
그의 젊은 감각은 음악으로도 확인된다. 2013년 발표한 19집 수록곡 ‘바운스’, ‘헬로우’는 전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몸은 늙지만 감각만큼은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으려면 젊은이들에게 날 알리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그들로 인해 50∼60년은 더 기억될 수 있으니까요.”
시골 소년이었던 조용필은 5∼6세 무렵 누군가 하모니카를 부는 소리를 듣고 처음 음악적 감흥을 느꼈다. 축음기로 가요를 접했고, 라디오를 통해 팝을 알게 됐다. 조용필은 “음악을 연구하다 보면 멈출 수가 없더라.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계속해서 새로운 걸 발견하고 충격을 받고 있다.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끝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