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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삼형제 섬… 서쪽 끝은 우리가 지킨다

입력 2018-04-26 05:10:02
우리나라 서해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 가운데 북격렬비도의 등대 너머로 서격렬비도가 보인다. 태안에서 55㎞, 중국 산둥반도까지 268㎞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군사요충지이자 우리나라 최서단 영해 기준점이다.
 
북격렬비도에서 본 동격렬비도. 뒤늦게 핀 동백꽃과 유채꽃이 화려하다.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유명한 난도. 매년 4월 중·하순 산란을 위해 모여든 갈매기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격렬비열도의 3개 섬이 바다위에 나란히 떠 있다. 우리나라 영해 기점 23곳 중 하나로 중국 어선이 자주 들어와 해경과 추격전도 벌어지는 바다의 변방이다. 왼쪽부터 서격렬비도, 북격렬비도, 동격렬비도.
 
박속밀국낙지탕


‘서해안의 독도’. 우리나라 서해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충남 태안의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다. 7000만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동·서·북 섬이 삼각형 모양으로 이뤄져 열을 지어 나는 새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태안에서 55㎞, 중국 산둥반도까지 268㎞ 떨어져 청명한 날 중국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군사요충지이자 우리나라 최서단 영해 기준점이다.

1909년부터 북격렬비도에 유인 등대가 설치됐으나 1994년부터 등대원을 모두 철수시키고 원격조정이 가능한 무인등대로 운용돼 왔다. 2014년 한 중국인이 격렬비열도의 섬 하나를 매입하려 했다가 불발되면서 이 섬의 중요성이 부각돼 영토 및 영해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양수산부 소속 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2015년 7월 20여 년 만에 다시 등대원을 파견, 운용하고 있다. 항로표지관리원이 보름씩 육지와 섬을 오가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어업 감시와 인근 해역을 오가는 배들에 불을 비추는 일이 상주 인력의 주요 임무이다. 섬 정상에는 직원들이 살 수 있도록 숙소와 섬에 전기를 공급할 태양광 발전시설, 그리고 헬기장도 조성됐다. 기상 관측 장비도 대폭 확대돼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등에 대한 관측기지 역할도 맡게 된다.

세 섬 가운데 북격렬비도는 국유지이지만 동·서격렬비도는 민간 소유다. 주변 수역은 청정해역으로 칼새, 가마우지 등 각종 바다새가 서식하고 참돔, 감성돔, 농어 등의 어족이 풍부하다. 1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군락지, 팽나무, 후박나무 등의 희귀식물과 다양한 야생화가 섬을 채우고 있다.

격렬비열도로 가기 위해 신진도항을 찾았다. 안개가 조금 있지만 바다는 잔잔한 편이다. 배가 시속 16노트로 파도 위를 달린다.

2시간 뒤 바다 한가운데 희미하게 섬 하나가 실루엣을 드러낸다. 바다가 아니라 하늘에 떠 있는 섬 같다. 3개 섬이 끊어질 듯 이어져 서해바다를 지키는 3형제의 애틋한 정을 담고 있는 듯하다. 예부터 조기 등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해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했던 이곳에는 목선에 목숨을 걸고 수백 리 뱃길을 달려온 선조들의 애환이 스며있기도 하다.

제일 먼저 마주한 동격렬비도. 섬 전체가 깎아지른 암벽이다. 0.15㎢로 세 섬 중 가장 크다.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앉은 모습의 큰 바위를 중심으로 양 옆에 선 굵은 바위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동격렬비도를 지나 북격렬비도에 닿는다. 등대가 있는 북격렬비도는 해안선이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낚싯배가 정박할 수 있는 간이선착장도 정비돼 있다. 등대까지는 700m 정도의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한다. 북격렬비도에 직접 오르기 위해서는 미리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격렬비열도의 압권은 동백과 유채다. 노랑 유채꽃으로 치마를 입고 붉은 동백꽃으로 치장했다. 푸른 바다와 겹쳐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제주도의 유채꽃과 달리 은자처럼 숨어 은은한 풍경을 내놓는다. 섬을 오르는 길에 동백나무와 상록수림이 터널을 내놓기도 한다.

북격렬비도에서 해안의 절경은 북쪽이 으뜸이다. 육중한 검붉은 바위절벽 위를 뒤덮은 키 작은 풀과 샛노란 유채꽃이 화려한 풍광을 내놓는다.

충남도는 이 무인도를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인도로 만들고 친환경관광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격렬비열도의 유인화를 통한 실효적 지배권을 강화해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국과의 해상경계선 분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북격렬비도에서 서쪽으로 서격렬비도가 눈앞에 있다. 금강산의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의 절벽이 섬 주위를 감싸고 있다. 면적은 0.13㎢에 불과하지만 최서단에 위치, 우리의 영해를 넓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돌아오는 길.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유명한 난도를 지난다. 약 4만7000㎡의 삼각형 모양 섬으로, 가장자리가 50∼70m 높이의 수직 암벽으로 돼 있다. 매년 4∼6월 1만5000여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산란을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여행메모
정기여객선 없어 낚싯배 이용… 2시간 소요
박속밀국낙지탕·우럭젓국 등 먹거리 다양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나와 서산·태안 방면으로 향하다 태안 읍내로 들어선다. 이어 신진도 안흥 외항으로 향한다.

격렬비열도는 정기여객선이 없어 낚싯배로만 다가갈 수 있다. 태안 신진항에서 2시간가량 걸린다. 왕복 4∼5시간의 먼 바닷길이다. 낚싯배는 150만∼200만원 정도에 빌릴 수 있다. 13∼22명이 탈 수 있어 1인당 10만원 선에서 가능하다. 인원이 많으면 100명이 탈 수 있는 유람선을 대절하면 된다. 350만원 정도다. 1주일 전 해양경찰의 승인이 필요하다.

간장게장, 우럭젓국, 어리굴젓으로 이름난 바다꽃게장집(041-674-5197), 게국지·물텀벙이탕으로 유명한 명화수산(041-674-4511), 박속밀국낙지탕(사진) 원조로 알려진 원풍식당(041-672-5057)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간재미도 별미다. 태안에서는 간재미를 무침으로 많이 먹는다. 알싸한 맛과 뼈째 씹히는 오돌오돌한 식감이 일품이다.

격렬비열도(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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