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변호사월드컵 최고령 리그, 강호 아르헨티나 제치고 무패 우승
12년 만에 첫 골 감격 김선국 단장, 오른팔 없는 장애에도 7연속 출전
“늙기는 마찬가지… 해보자” 노익장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축구 강국의 변호사축구단 선수들이 ‘코리아팀 챔피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때 날아갈 듯 황홀했죠.”
세계변호사월드컵(MUNDI AVOCAT)에서 첫 우승컵을 손에 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 축구단 ‘서로’(Seoul Lawyers) 소속 김선국(56) 변호사의 목소리에서는 아직 가시지 않은 흥분감이 묻어났다. 김 변호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패 기록으로 우승한 이야기를 전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러시아 월드컵을 한 달 앞둔 지난 5∼1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40개국에서 140개팀, 250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가하는 제19회 세계변호사월드컵이 개최됐다. 1983년 모로코에서 처음 시작한 후 84년부터 2년마다 열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06년부터 7회째 참가한 한국팀 최다 출전선수로 평균 나이 56세인 ‘코리아 슈퍼 레전드’팀의 단장이다. 한국팀은 올해 처음 생긴 최고령 리그(55세 이상)에 출전했다. 역대 최고 기록은 8강 진출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한국을 제외한 참가팀 7팀 중 6팀은 아르헨티나, 1팀은 브라질이었다. 이번에도 우승은 힘들어 보였다.
“남미 팀들도 늙긴 매한가지다. 한번 붙어보자.” 김 변호사의 독려 속에 한국팀은 5승 2무, 골득실 15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했다. 2위의 아르헨티나 ‘산 이시드로’팀 역시 5승 2무였으나 골득실 7점으로 한국팀에 뒤졌다.
김 변호사는 지난 5일 첫 경기에서 출전 12년 만에 감격적인 첫 골을 넣었다. 상대팀이었던 아르헨티나 ‘모론슈퍼시니어’가 1대 1 상황에서 공세로 전환하며 수비가 약해진 틈을 파고들었다. 그는 “골대 앞에서 넘어지며 패스 받은 공을 슬라이딩 슛으로 넣었다”며 “다들 감격해서 우는 것 아니냐며 놀렸다”고 전했다. 한국팀은 이날 경기를 3대 1로 이겼다. 첫 경기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이 후속 경기에서 강세를 이어간 동력이 됐다.
김 변호사는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한 살 때 화재로 오른팔을 잃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에 몰두했다. 축구는 팔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 중 하나였다. 축구는 즐거움과 해방감을 주는 활력소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됐다. 그는 “신림동 고시촌에서도 축구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는 ‘체육특기생이 왔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세계변호사월드컵에 나갈 것인지 묻자 그는 “또 나갈 것이다. 축구 안 하면 병난다”며 웃었다.
서로축구단은 2000년 창설됐다. 활동하는 회원은 60명 정도다. 토요일마다 서울 서대문구 문화체육회관, 양천구 해누리체육공원 축구장에서 3시간씩 연습을 한다. 선수 출신 김명철 감독 지휘 아래 수년간 실력을 갈고 닦았다. 매년 상반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배, 하반기 전국변호사협회장배 축구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이번 최고령 리그에 ‘와일드카드’(50∼55세)로 출전했던 박성구(50) 변호사는 “서로축구단 회원들은 변호사가 주업인지 축구가 주업인지 헷갈릴 정도로 축구에 미쳐 있다”며 “세계변호사월드컵 첫 우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수확을 거둬 감격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